“대한민국 대표 식품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바른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근 인터넷(www)을 뜨겁게 달군 인물은 누굴까. 허영인 SPC그룹 회장(Who)이 지난 2일(When), ‘바른 경영’(Wording)을 다짐했다. 이날 증여세를 회피하고자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혐의로 기소된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다. 하지만 허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지난 2일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회장 등에게 “배임에 대한 고의성이 인정됐다고 보기 어렵고 범죄 증명이 없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2012년 12월 증여세 부과를 회피하려 밀다원 주식을 SPC삼립에 저가로 양도해 179억7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로 허 회장 등을 기소했다.
재판부는 “배임 혐의에 대한 고의는 (주식) 저가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칙적으로 양도 주식 가액을 결정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증인의 증언을 봐도 피고인들이 주식 가치를 낮게 산정하기 위해 회계법인에 개입한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SPC그룹은 이번 판결로 허 회장 등 오너 일가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일부를 털어냈다. 다만, ‘노조 탈퇴’ 의혹 관련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검찰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병배 전 SPC 대표를 지난달 말 조사했다. 지난해 10월 허영인 회장을 비롯한 ‘윗선’의 관여 여부를 확인하고자 그룹 본사와 허 회장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한 뒤다.
검찰은 이어 허 회장의 배임 관련 1심 선고가 나온 지난 2일 검찰수사관 김모씨와 SPC 임원 백모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SPC 측에 수사 정보를 누설한 혐의다. 백씨는 이 같은 대가로 김씨에게 수백만원에 이르는 향응 등을 제공한 혐의다. 이와 관련해 입건된 황재복 SPC 대표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허 회장에게 승계 문제도 골칫거리다. 특히 허 회장의 두 아들 가운데 차남인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은 2018년 마약 사범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의 처벌을 받았다. 당시 경영에 절대 나서지 않겠다던 허 부사장은 3년 만에 SPC그룹 계열사 ‘섹터나인’ 임원으로 경영에 복귀하며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여기에 SPC 공장에서 반복되는 사망사고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22년 10월에 이어 지난해 8월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같은 해 12월에도 제빵기사인 30대 여성이 근무 중 쓰러져 숨진 사실이 올해 들어서야 밝혀지기도 했다. 2022년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이어지면서 허 회장의 책임론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다.
허영인 회장은 1949년 5월 황해도에서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968년 성남고등학교와 1972년 경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앞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인 1969년 삼립식품에 입사했다. 1981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제빵학교 AIB에서 1년 6개월간 빵 만드는 기술을 익혔고, 귀국 후 1983년부터 샤니 대표이사를 맡아 독립 경영을 시작했다.
1985년 비알코리아에 이어 파리크라상 대표를 겸직했으며, 1994년 샤니를 포함한 3개사 회장에 올랐다. 2002년 형 허영선이 물려받았던 삼립식품마저 역으로 인수하며 2004년 ‘SPC그룹’을 출범했다. 앞서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원만의 넷째 딸 이미향과 결혼, 허진수·희수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죽음의 사업장’ 수장이라는 오명을 쓴 그가 바른 경영과 함께 지킬 약속이 또 있다.
“기업의 경영 성과는 행복한 구성원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임직원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행복한 기업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2018년 1월 2일 신년식에서)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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