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사장에 오른 지 2년 1개월 만에 초고속 승진했다. /사진=HD현대, 픽사베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사장에 오른 지 2년 1개월 만에 초고속 승진했다. /사진=HD현대, 픽사베이

“세계 조선 경기 불황으로 전사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고 위기를 극복했다.”

최근 인터넷(www)을 뜨겁게 달군 인물은 누굴까.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Who)은 지난 10일(When), ‘체질개선’(Wording)이라는 그룹의 과제를 되새겼다. 사장에 오른 지 2년 1개월 만에 ‘부회장’ 직함을 달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다시 ‘오너 경영’으로의 부활을 알린 신호탄이다.

13일 HD현대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사흘 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정 부회장은 지속 성장은 물론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사업 개척과 조직문화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수소·로봇 등 신사업뿐 아니라 주력인 조선·건설기계 부문도 챙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사장에 오른 지 2년 1개월 만에 초고속 승진했다. /사진=HD현대, 픽사베이
IT·가전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올해 1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HD현대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정기선 당시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이에 따라 HD현대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로 권오갑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정 부회장이 이번 인사로 오너 경영 복귀 채비를 마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3월 3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2월. 권 회장이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정 부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게 되는 구도가 시작된 것이다.

HD현대 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정 부회장의 지분은 5.26% 수준이다.

최대 주주는 정몽준 이사장으로 26.6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상속세율이 60%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정 부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8000억원 안팎이다.

경영 능력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속 재원 마련이 오너 경영으로 전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3에서 ‘오션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을 그룹의 미래전략으로 제시했다.

“인류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는 이제 더 높아진 위상으로 두 달여 뒤 CES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지난 1월 17일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ROTC 후보생들이 커피와 간식을 받는 모습. ROTC 출신 정기선 HD현대 대표가 후배 장교들을 격려하기 위해 커피차 행사를 열었다. /사진=HD현대 SNS
지난 1월 17일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ROTC 후보생들이 커피와 간식을 받는 모습. ROTC 출신 정기선 HD현대 대표가 후배 장교들을 격려하기 위해 커피차 행사를 열었다. /사진=HD현대 SNS

정기선 부회장은 1982년 5월 서울에서 아버지 정몽준과 어머니 김영명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래로 남이(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 선이, 예선 등 세 동생이 있다.

막내 예선과는 14살 차이다.

대일외고를 거쳐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부회장은 ROTC(학군사관후보생) 43기로 2년 4개월의 군 복무를 마치고 2007년 6월 중위로 전역했다.

‘군대는 제대로 가야 한다’라는 범현대가 전통에 따라 부친과 같은 ROTC로 병역을 치렀다.

당시 아들 복무 부대를 방문한 정몽준은 사비로 군 시설을 개선해주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제대 후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한 정 부회장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스탠퍼드대 MBA를 마치고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등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복귀 ▲2017년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 ▲2018년 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2021년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등 초고속 승진 대명사가 됐다.

아들 군 부대까지 챙긴 아버지로부터 진정한 어른으로 독립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5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에서 했던 약속처럼.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문화가 필요하며,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직원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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