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직선제를 통해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리더십이 취임 초부터 흔들리는 모양새다.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픽사베이
17년 만에 직선제를 통해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리더십이 취임 초부터 흔들리는 모양새다.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픽사베이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 노인과 함께하는 지역 농협을 위한 농협, 글로벌 농협을 통해 경쟁력 있는 농협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최근 인터넷(www)을 뜨겁게 달군 인물은 누굴까.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Who)은 지난 11일(When), ‘변화와 혁신’(Wording)이라는 취임 일성을 내놨다. 220만 농업인을 대표하는 그의 과제이기도 하다. 재도전 끝에, 그것도 17년 만에 직선제를 통해 수장에 오른 강 회장에게 당장은 난제로 보인다. 취임 초부터 여러 곳에서 삐걱거리는 잡음이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호동 회장이 취임식을 열고 4년간의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협경제·금융지주 산하의 30여 계열사와 525조원에 이르는 자산, 약 10만명의 임직원을 총괄하는 ‘농민 대통령’으로 출발을 알린 것이다. 이에 따라 후보자 시절부터 “변화와 혁신”을 앞세운 ‘강호동의 농협’은 커다란 탈바꿈이 불가피하다.

무이자 자금 20조원을 약속한 ‘지역 농·축협 경제사업 활성화’, 중앙회와 하나로유통, 농협홍삼, 남해화학 등을 보유한 경제지주의 통합 등 그의 대표 공약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밖에 ▲이사회에서 조합장 보수 결정 ▲연봉 하한제와 특별 퇴임 공로금 제도 ▲도시 농축협 경제사업 활성화 ▲농업인력 문제 해소 ▲도시·농촌 농·축협 간 상생 추진 등도 로드맵에 포함됐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임기 첫날인 지난 7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임기 첫날인 지난 7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이러한 의욕적인 과제를 눈앞에 둔 강 회장의 리더십은 취임 초부터 흔들리는 모양새다. 중앙회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에서 인사 및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금융당국에서 강도 높은 검사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계열사인 NH투자증권 CEO에 금융지주에서 밀었던 윤병운이 내정되면서, 강 회장의 리더십이 벌써 시험대에 오른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 일부 중앙회장들은 취임 직후 상당수의 계열사 수장들을 물갈이했다. 강호동 체제 역시 안정적 출범을 위해 계열사 CEO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이 중앙회에서 지주사, 그리고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감사 대상에 포함했다는 점에서 인위적 인사 교체 시도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NH농협은행 영업점에서 발생한 110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도 강 회장 체제 연착륙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 내부통제와 관련한 문제이지만, 이를 수습할 책임은 금융지주뿐 아니라 중앙회에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감원은 이러한 사고가 일어난 배경에는 ‘농협만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 7일부터 수시 검사에 돌입했다.

이처럼 어수선한 가운데 강 회장은 중앙회와 경제지주를 통합하는 개편 작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2012년 중앙회와 경제 및 금융지주 구조로 개편한 ‘1중앙회 2지주’ 체제를 10여년 만에 재통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회 산하에는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을 보유한 금융지주만 남게 된다. 다만, 중앙회 지배구조 개편은 농협법 개정 사안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농협본부에서 임기를 시작하며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농협본부에서 임기를 시작하며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강 회장은 이밖에 농협금융지주의 농협캐피탈 매각과 농협생명·손해보험을 공제사업으로 재편하는 등 다양한 금융혁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상호금융을 농협의 수익센터로 혁신해 농·축협 정기예치금 금리 등을 조정,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상호금융을 독립시켜 제1금융권 수준으로 키운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강호동 회장은 1963년 9월 경남 합천군에서 태어났다. 대구미래대학 세무회계과를 나온 그는 1987년 율곡농협에 입사해 약 40년간 농업·농촌 분야에 몸담았다. 율곡농협에서만 5선 조합장을 지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농협중앙회 이사를 맡았으며, 농협경제지주 이사와 상호금융 소이사회 이사, 농민신문사 이사를 지냈다.

지난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당선됐다. 직전 선거에서 낙선 후 두 번째 도전만이다. 영남 출신으로는 최원병(21, 22대) 이후 8년, 경남 출신으로는 정대근(18~20대) 이후 20년 만이다. 영남지역은 표수가 많은 만큼 단일화에 난항을 겪는 곳이기 때문이다. 영남을 넘어 진정한 전국구 수장이 되기 위해선 초지일관의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지역 농협을 위한, 농업인을 위한 농협중앙회가 되도록 하겠다.”(2024년 1월 25일 농협중앙회장 당선증 수령 직후)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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