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지난달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한미약품과의 그룹 통합이 무산된 데 대해 주주들에게 사과했다. /사진=OCI홀딩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지난달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한미약품과의 그룹 통합이 무산된 데 대해 주주들에게 사과했다. /사진=OCI홀딩스

“인수합병(M&A)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기업의 신규시장 진출 시간을 단축하고 불필요한 수업료 낭비를 막을 수 있는 M&A의 긍정적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2006년 2월 17일 경총 세미나에서 이수영)

최근 인터넷(www)을 뜨겁게 달군 인물은 누굴까.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Who)은 지난달 29일(When), ‘M&A의 긍정적 효과’(Wording)라는 18년 전 부친의 경영철학을 소환했다. 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그룹과 통합이 무산된 데 대해 주주들에게 사과하면서다. 다만,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일 OCI홀딩스에 따르면 이우현 회장은 지난 제50기 정기 주총에서 “어제(3월 28일) 진행된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총회에서 좋은 결과로 보답받지 못해 송구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다각화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라며 “앞으로도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OCI와 통합에 반대한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 형제가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M&A가 불발됐다. 소액주주의 표심이 이들 형제 쪽에 쏠리며 통합을 주도한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쪽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는 쓴잔을 삼켰다.

OCI와 한미약품의 그룹 통합이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사진은 이우현 회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사진=각 사
OCI와 한미약품의 그룹 통합이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사진은 이우현 회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사진=각 사

이에 따라 이 회장이 꿈꾸던 ‘글로벌 빅파마’(Big Pharma) 로드맵도 난관에 봉착했다. 화학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한미와 통합으로 다각화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된 탓이다. 그룹의 주력인 태양광 핵심 소재 폴리실리콘 사업은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크다. 2021년과 2022년에는 대규모 이익을 냈지만, 앞선 2년 동안은 적자의 늪에 허덕였던 사실만 봐도 그렇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2년에는 부광약품을 전격 인수했다. 부광약품 지분 10.9%를 1461억원에 사들이며 최대 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인수 첫해 부광약품은 2억3000만원의 적자를 냈고, 이듬해인 지난해는 오히려 적자 폭을 375억원으로 크게 키운 것이다. ‘M&A의 긍정적 효과’라는 부친의 가르침을 펼치지 못한 것이다.

다만, 이 회장은 주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내만 볼 것이 아니고 해외에도 좋은 기회가 많다”라며 “제약·바이오 기업과의 사업 협력 기회를 발굴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OCI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둘째 숙부 이화영 유니드 회장(지분 7.41%)이며, 첫째 숙부 이복영 SGC그룹 회장도 7.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6.55%를 가진 이우현 회장이 보여줘야 할 것이 많은 이유다.

한편 OCI홀딩스는 지난해 실적에 대한 배당금을 주당 3300원으로 결정했다. 시가 배당률 약 3%에 해당하는 규모로 전년(주당 2500원) 대비 32.0% 늘었다. 이 회장은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배당금 상향을) 결정했다”라며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수립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이우현 회장은 1968년 2월 이수영 전 OCI그룹 회장과 김경자 송암문화재단 이사장 사이에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다. 홍대부고와 서강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미국 인터내셔널로머티리얼을 시작으로 홍콩 CSFB·서울Z파트너스 등 국내외 원자재·투자회사에서 M&A·투자 전문가로 일했다.

전통적인 화학 기업이었던 OCI를 세계적 태양광 기업으로 키운 이수영 전 회장의 생전 모습. 고인은 자신을 ‘전문경영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OCI
전통적인 화학 기업이었던 OCI를 세계적 태양광 기업으로 키운 이수영 전 회장의 생전 모습. 고인은 자신을 ‘전문경영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OCI

2005년에는 동양제철화학(현 OCI) 전략기획본부장(전무)으로 입사, OCI로 그룹 이름이 바뀐 뒤인 2007년 사업총괄 부사장(CMO)으로 승진했다. 이어 2009년 OCI 사내이사, 2013년 대표이사 사장, 2019년 부회장을 거쳐 지난해 5월 지주사 출범과 함께 회장으로 승진했다. M&A 전도사 부친의 말처럼 이제 이 회장에겐 앞을 내다보는 ‘전문경영인’의 능력이 필요할 때다.

“나도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다. 자기 본업에 충실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으면 오너 여부를 떠나 전문경영인으로 봐야 한다.”(2000년 12월 18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수영)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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