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허영인 SPC그룹 회장, SPC그룹 양재 사옥 전경. 사진=SPC그룹 제공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5일 구속됐습니다. 지난 3일 검찰이 허 회장을 체포한지 이틀만입니다.

이번 구속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민주노총 탈퇴 강요' 의혹 때문입니다.

그러나 SPC그룹에 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노조 와해' 보다는 '피 묻은 빵'이라는 오명을 안겨준 산재 사망사고가 아직까지 더 큰 것으로 사료됩니다. 누리꾼들 대부분이 노조 관련 문제보다는 사망사고와 연관해 허 회장의 구속을 '인과응보'라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날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4일 허 회장에 대한 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허 회장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SPC 자회사 피비파트너즈의 제빵기사들이 원래 소속인 민주노총을 탈퇴해 한국노총으로 옮기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입니다.

피비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채용과 인력 관리를 맡는 업체입니다.

이 사건은 화섬노조 파리바게뜨 지회 소속 제빵기사들이 사측을 부당 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2022년 5월 피비파트너즈 임직원들이 제빵사들에게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한국노총에 가입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죠. 

같은해 10월 황재복 SPC 대표 등 관련자들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고 검찰은 SPC 본사 등을 압수 수색하는 등 허 회장의 관여 여부를 수사해 왔습니다. 참고로 황 대표는 지난달 22일 허 회장과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3일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출석 요구에 여러 번 불응했다는 이유로 허 회장을 체포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SPC는 입장문을 내고 "수사 회피 의도가 없다", "허 회장의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는 등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강조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SPC가 이례적으로 강한 어휘를 사용하며 검찰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것도 눈여겨볼 지점입니다.

지난 4일 SPC의 입장문을 살펴보면 "병원에 입원 중인 고령의 환자에 대해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피의자에게 충분한 진술 기회와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정도로 이 사건에서 허 회장의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허영인 회장은 얼마 전에도 검찰의 부당한 기소로 법원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면서 "SPC그룹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중요한 시기에 유사한 상황이 반복돼 매우 유감이며 검찰이 허 회장 입장에 대해 더 신중하게 검토하기를 바랐으나 그렇지 않은 현 상황에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호소하기도 했죠.

◆ 누리꾼들 "민주노총과 별개로 허 회장 응원 못해"… 연 이은 산재로 호감도 '바닥'

그러나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한 누리꾼은 "민주노총을 평소에 좋아하지 않지만 평소에 SPC그룹이 하던 행태를 보면 허 회장을 전혀 응원하고 싶지 않다"며 "여러 차례 소환에 불응하고 버티더니 결국 저렇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대한민국이 민노총 공화국이냐", "민노총 탈퇴는 좋은 일인데 왜 처벌을 하냐" 등 댓글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에 대한 호불호가 워낙 극명하다 보니 등장할 수 있는 글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댓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된 비판입니다. 추천수를 많이 받은 댓글 몇 개만 살펴보겠습니다.

"공장에서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었는데 구속이 대수인가. 자기 몸이 중요한 줄은 아는 것 같은데 일하는 사람 생명은 대수롭지 않은가?"

"죽은 사람 흔적을 가리고 계속 공장을 돌리는 기사를 보고 경악을 했다. 대체 한국인들은 돈이 그렇게 좋으냐 너무 비인간적이다."

"사람이 죽어도 전혀 신경 안 쓰는 경영주가 있는 회사의 빵을 꼭 먹어야 하나. 앞으로는 무조건 안 먹는다."

참고로 지난 2022년 10월 에스피씨 계열사인 에스피엘(SPL) 제빵공장에선 20대 노동자가 식품 혼합기에 끼어 숨졌습니다.

지난해 8월엔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반죽 볼 리프트와 분할기(반죽 기계) 사이에 끼어 목숨을 잃었습니다. 1년도 되지 않아 연달아 터진 사망사고는 세간의 공분을 일으켰죠.

"정치인이었으면 무조건 불구속인데 기업인들은 사법부가 쉽게 구속시킨다"라는 댓글도 눈에 띕니다.

이날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이 시점에 구속이 이뤄진 것은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등장합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10월 피비파트너즈 임직원들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뒤 고용노동부는 특별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이뤄질 재판과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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