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경영 보폭을 넓히면서 지난해 말 전무로 승진한 아들 ‘신유열’로의 승계 작업도 빨라질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경영 보폭을 넓히면서 지난해 말 전무로 승진한 아들 ‘신유열’로의 승계 작업도 빨라질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롯데지주

“롯데의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중장기 지속 가능한 모델 개발에 힘써 달라.”

최근 인터넷(www)을 뜨겁게 달군 인물은 누굴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Who)은 이번 달 초(When), ‘자산 가치 제고’(Wording)라는 전략을 내놨다. 신 회장은 특히 자신이 설립하며 17년간 이끌어 온 민간 외교 단체까지 해산, 그룹 경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전무로 승진한 아들 ‘신유열’로의 승계 작업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2007년부터 맡아 온 ‘아시아소사이어티코리아’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최근 이 단체가 회원 총회에서 해산을 의결한 것이다. 신 회장은 경영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소사이어티코리아는 아시아 여러 나라와 문화·외교적 교류 확대에 힘써 온 민간 외교 단체다.

신 회장의 경영 집중 움직임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적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상반기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 옛 사장단 회의)에서 “올해는 과거보다 더 예측 불가능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그룹 전체가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경영 보폭 확대를 예고했다.

최근 콘텐츠 비즈니스 관련 회의에 참석한 신 회장은 해외 유명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는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전 세계 유수 콘텐츠 IP 기업들과 협업해 콘텐츠 비즈니스를 강화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롯데그룹은 오는 26일부터 10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최초의 콘텐츠 비즈니스 프로젝트인 ‘포켓몬 타운 2024 위드 롯데’를 다음 달 19일까지 연다.

신 회장의 광폭 행보에는 대외적 위기감과 함께 ‘경영 승계’라는 태생적 과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부터 진행형인 친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으로 늘 불안하다. 마침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이 올해 38세 생일을 지나면서 국적 및 병역 이슈를 해소했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왼쪽)이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롯데정보통신 부스를 찾아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정보통신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왼쪽)이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롯데정보통신 부스를 찾아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정보통신

1986년 3월 30일생으로 일본 국적자인 신 전무는 올해 1월부터 국적을 한국으로 회복해도 병역의무가 없다. 신 전무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고 일본 도쿄에서 성장했다. 게이오대를 졸업하고 2008년 일본 노무라증권에 입사했다. 2013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MBA 과정을 밟았으며, 2020년 일본 롯데 및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경영 수업을 시작하며 국내 활동도 늘려 온 그는 지난해 말 글로벌·신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에 올랐다. 지주 집행위원회에 상근 임원으로 합류하며 중요 의사결정에도 관여해 온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과 함께 지난달 사내이사에도 선임됐다. 국적 회복과 본격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신 전무의 그룹 내 지분 확보다. 국내에서 그가 보유한 주요 상장 및 비상장 계열사 지분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지난해 7월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파이낸셜은 롯데캐피탈 지분 51%를 보유한 회사로, 전 대표이사가 바로 ‘롯데의 금고지기’ 고바야시 마사모토 사장이다.

롯데파이낸셜은 역시 신 전무가 대표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와도 연결된다. LSI가 롯데파이낸셜의 최대 주주로, LSI→롯데파이낸셜→롯데캐피탈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LSI 아래 7개 투자회사가 있는데, 이들 자회사를 통해 한국 롯데의 실질 지주회사인 호텔롯데 지분 46.1%를 보유 중이다. 신 전무가 대표인 일본 투자회사가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것이다.

한편 국내 대기업 총수가 반드시 한국 국적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 전무는 일상적인 업무 보고와 대화는 한국어로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민정서상 일본 국적으로 한국 롯데 경영권을 승계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창업주인 할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 삼촌인 신동주 전 부회장, 아버지 신동빈 회장 등은 모두 한국 국적이다.

신동빈 회장은 1955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신격호 롯데 창업주와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 사이의 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경제학부와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1년 노무라증권 영국 지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이사로 입사한 뒤, 1990년 호남석유화학(옛 롯데케미칼)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1985년 일본 대형 건설사 다이세이 회장의 차녀와 결혼, 아들 유열과 딸 규미·승은을 두고 있다. 1997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1999년 코리아세븐 대표, 2000년 롯데닷컴 대표, 2004년 호남석유화학 대표 및 롯데쇼핑 정책본부장을 겸임했다. 2011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2015년 7월부터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1월 18일 고 신격호 롯데 창업주의 4주기 헌화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 회장과 임원들. /사진=롯데지주
올해 1월 18일 고 신격호 롯데 창업주의 4주기 헌화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 회장과 임원들. /사진=롯데지주

2019년 10월에는 뇌물공여 및 경영비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최순실씨가 운영하던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준 혐의 등이다. 이어 2022년 8월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됐다. 다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그에게 필요한 것은 아직 지키지 못한 5년 전 약속이다.

“고객과 임직원, 협력기업, 사회공동체로부터 롯데그룹이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2019년 7월 20일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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