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조양래 명예회장(사진)의 입에 눈과 귀가 쏠린다. /사진=한국앤컴퍼니, 픽사베이

“전 종업원들의 일치된 힘은 일찍이 한국전쟁 때 영등포 공장을 지켜냈으며, 80년대 초 미국의 덤핑 제소도 견딜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1998년 8월 20일 조양래)

최근 인터넷(www)을 뜨겁게 달군 인물은 누굴까.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Who)은 지난 15일(When), ‘일치된 힘’(Wording)이라는 25년 전 발언을 소환했다.

MBK파트너스가 이날 주식시장 마감 후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겠다고 공시하면서다. ‘형제의 난’이 다시 불붙은 한국앤컴퍼니에 일치가 아닌 ‘분열’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18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조양래 명예회장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지지하고 나선 때문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왼쪽)과 형인 조현식 고문. /사진=한국앤컴퍼니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왼쪽)과 형인 조현식 고문. /사진=한국앤컴퍼니

조 이사장은 전날 “분쟁을 가져온 최초 원인 제공자는 조현범 회장”이라며 “최근 아버지의 행보도 본인 판단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지난 15일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가격을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상향했다. 당일 종가(1만5850원)보다 51.4% 높은 가격이다.

현재 조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18.93%)과 차녀 조희원씨(10.61%)의 지분율은 29.54%다. 9월 말 기준 소액주주 비중은 23.75%로, 공개매수 결과에 따라 50%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 측은 특수목적법인(SPC)인 벤튜라를 통해 “공개매수 및 주주간 계약서의 이행에 따라 보고자 및 그 특별관계자(조현식·조희원)가 보유하는 주식의 수가 보고일 기준 발행회사의 최대주주인 조현범(조 명예회장의 차남) 및 그 특별관계자(조현식·조희원 제외)가 보유한 주식의 수보다 더 많아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공시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형제의 난은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차남 조현범 회장(당시 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현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 전량을 조 회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조 회장 지분율이 42.9%로 높아지면서 형인 조현범 고문(당시 부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장녀 조희경 이사장은 2020년 7월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고, 조 고문이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내면서 분쟁 구도가 가시화했다. 하지만 조 고문이 2021년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그 해 12월 당시 사장이던 조현범이 회장직에 오르면서 승계 구도도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올해 3월 조 회장이 200억원대의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지난달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지난 14일 공판에 출석하며 “경영권 방어에 대한 준비는 끝났고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라며 “명성 있는 사모펀드의 무리한 시도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누나 조희경 이사장이 “한국앤컴퍼니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동생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의 입장을 지지하게 됐다”라며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대열에 합류하자, 조현범 회장은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조 이사장의 “건강하지 않은 아버지를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라는 말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형제의 난’이 다시 불붙은 한국앤컴퍼니그룹에 ‘분열’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사진=한국앤컴퍼니
‘형제의 난’이 다시 불붙은 한국앤컴퍼니그룹에 ‘분열’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사진=한국앤컴퍼니

조양래 명예회장은 1937년 10월 경남 함안군에서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와 하정옥 여사의 3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경기고등학교와 미국 앨라배마대학교를 졸업했다. 김우중·박용오·이준용 등이 고교 동기다. 1968년 동양나이론(현 효성티앤씨) 이사를 거쳐 이듬해부터 한국타이어제조로 옮겨 한국타이어와 인연을 맺었다.

1981년 한국타이어 회장에 올랐지만,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면서 사장으로 한발 물러났다. 이어 1984년 부친 사후 효성그룹에서 독립하고, 1988년 회장직에 다시 복귀했다. 계속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가다 2012년 기업분할로 경영일선에 컴백했다. 1982년부터 4년간 대한타이어공협회장을 맡았으며 지난해부터는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있다.

1967년 홍문자 여사와 결혼, 2남 2녀를 두었다. 장남 현식은 대한전선 설경동 회장의 외손녀와, 차남 현범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샛째 딸과, 장녀 희경은 노재원 초대 주중대사의 아들과, 차녀 희원은 재미교포와 결혼했다.

조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했다. 글머리에 소개한 발언은 언론과 처음이자 마지막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그의 입에 눈과 귀가 쏠린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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