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1심 법원의 무죄 선고에 검찰이 항소하면서, 이재용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다시 진행형이 됐다. /사진=삼성전자, 픽사베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1심 법원의 무죄 선고에 검찰이 항소하면서, 이재용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다시 진행형이 됐다. /사진=삼성전자, 픽사베이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시키는 경영, 소액주주분들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도 주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겠습니다.”(2023년 11월 17일 이재용)

최근 인터넷(www)을 뜨겁게 달군 인물은 누굴까.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Who)은 지난 5일(When), ‘소액주주 존중’(Wording)이라는 석 달 전 자신의 발언을 소환했다. 1심 법원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다. 하지만 불과 사흘 뒤 검찰이 항소하면서 이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다시 진행형이 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는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판단, 사실인정 및 법리 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라는 것이 검찰의 항소 이유다.

검찰은 이어 “앞서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을 인정한 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점이 다수 있다”라며 “사실인정 및 법령 해석을 통일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심 판결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심리가 진행된 만큼, 항소심에서는 공판 준비 기일부터 주요 쟁점과 법리를 중심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지난 2015년 5~9월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합병비율 1대 0.35)을 위해 허위 합병 명분을 만들어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허위 시너지 수치를 작성했다는 것이 이 회장의 혐의다. 아울러 제일모직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허위 호재를 공표한 혐의도 받는다.

이에 1심 무죄 판결로 사법 리스크 해소를 기대했던 삼성그룹은 당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무죄 선고 이후 대규모 투자와 미래 먹거리 발굴 등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번 항소로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해외 출장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주일에 1, 2차례 재판에 출석하려면 장기간 출장은 언감생심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이재용 회장의 해외 출장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진은 이 회장이 2020년 5월 중국 산시성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생산 라인을 살피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이재용 회장의 해외 출장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진은 이 회장이 2020년 5월 중국 산시성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생산 라인을 살피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한편 1심 재판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면죄부를 준 데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은 매우 컸다.

참여연대는 “이재용 회장의 행위는 오직 자신의 승계를 위해 분식회계 등 범죄행위를 저질러 회사와 주주, 나아가 전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과 정부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힌 매우 악질적이고도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 합병이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도 배치되는 결과”라며 “방대한 증거와 선행 판결을 두고도 무죄를 판단한 법원의 행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 회장의 행위는 공정한 자본시장의 근간을 위협하는 매우 엄중한 경제범죄 행위”라며 재판부를 규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뒷줄 왼쪽 5번째)이 지난달 1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2024 삼성 명장’ 15명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뒷줄 왼쪽 5번째)이 지난달 1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2024 삼성 명장’ 15명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1968년 6월, 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손자이자 이건희·홍라희의 장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복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87학번)를 졸업한 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 MBA를 취득했다. 이어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전무,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를 거쳐 입사 19년 만인 2010년 삼성전자 사장에 올랐다. 2년 뒤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이건희 회장이 지병으로 입원한 2014년부터는 실질적인 총수가 되었다. 2020년 10월 25일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고 회장직에 올라야 했지만, ‘국정농단’ 사건으로 1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승진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했고,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11월 1일  회장에 취임했다. 부친이 회장으로 취임한 지 35년, 사망한 지 2년 만이다. 앞서 1998년 대상그룹 장녀이자 아홉 살 연하 임세령과 결혼했지만, 2009년 1000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협의 이혼했다. 2024년 2월 13일,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은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을 공유하고 있을지 모른다.

“10년 동안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10분도 보유하지 말라.”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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