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의 경영 행보 재개로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픽사베이
이재현 회장의 경영 행보 재개로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픽사베이

“다가올 위기에 미리 대비해 ‘온리원’(Only One) 성과를 만든 사례다.”

최근 인터넷(www)을 뜨겁게 달군 인물은 누굴까. 이재현 CJ그룹 회장(Who)이 지난 10일(When), ‘온리원’(Wording)이라는 평소 경영철학을 되새겼다. CJ올리브영 본사를 방문해 올해 사업 계획을 점검한 뒤 임직원들을 격려하면서다. 뚜렷한 경영 행보를 보이지 않던 이 회장이 계열사를 찾은 건 5년 만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이재현 회장의 경영 행보 재개로 CJ그룹 경영권 승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자금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할 CJ올리브영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경영리더)도 지난 10일(미국 시간) 부친의 경영철학인 ‘온리원 정신’을 세계에 알렸다.

이선호 실장은 이날 각국 기업 CEO 및 관리자 180여명이 참석한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에서 CJ제일제당의 K-푸드 세계화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재로도 채택된 사례집을 통해 ‘햇반’에 담긴 온리원 정신의 최초·최고·차별화 전략을 알린 것이다. CJ그룹 오너 일가 부자의 이러한 갑진년 연초 행보는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회장이 이번에 방문한 CJ올리브영은 이선호 실장과 이 실장의 누나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이 지분을 보유한 유일한 계열사다. CJ올리브영의 최대주주는 CJ로 51.1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선호 실장은 11.04%를 보유한 2대 주주, 이경후 실장은 4.21%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CJ올리브영 상장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및 승계 자금 마련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 2번째)이 지난 10일 CJ올리브영 본사를 찾아 임직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CJ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 2번째)이 지난 10일 CJ올리브영 본사를 찾아 임직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CJ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7일 대규모 유통업법을 어긴 CJ올리브영에 과징금 18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연매출 2조원의 CJ올리브영을 오프라인 시장 지배자로 봤다면 과징금은 6000억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공정위는 시장 독과점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CJ올리브영의 최대 난제였던 ‘공정위 리스크’를 해소한 셈인데, 이는 곧 IPO(기업공개)의 신호탄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은 연구원은 “CJ올리브영의 IPO를 포함한 승계작업은 향후 1~2년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라며 “당초 그룹에서 기대했던 IPO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4조원은 거뜬히 넘어 5조원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5년 만에 현장을 찾은 이재현 회장이 CJ올리브영을 1호 방문지로 꼽은 이유다. 경영권 승계에 있어서 ‘온리원’인 것이다.

이재현 회장은 1960년 3월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장손이자, 이맹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복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씨티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삼성그룹과 무관한 곳에서 경영수업을 쌓으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병철 창업주가 “왜 남의 집살이를 시키느냐”라는 지적에 1985년 삼성 주력사인 제일제당 경리부로 옮겼다.

제일제당 입사 뒤 7년 넘게 경리부 및 기획관리부에서 근무하다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로 옮겼다. 이때 이병철 전 회장이 별세했고, 이건희 회장이 1987년 삼성 회장직을 승계했다. 1993년 잠시 삼성전자에 몸담은 이 회장은 몇 달 뒤 제일제당 상무로 복귀했다. 이후 삼성에서 떨어져나온 제일제당의 부사장(1997년)과 부회장(1998년)을 거쳐 2002년 3월 회장에 올랐다.

2021년 9월 이선호 당시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오른쪽 2번째)이 CJ 비비고 X LA레이커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비비고 로고가 적용된 새로운 저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2021년 9월 이선호 당시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오른쪽 2번째)이 CJ 비비고 X LA레이커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비비고 로고가 적용된 새로운 저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2013년 7월 횡령 및 배임·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지만, 만성신부전증을 이유로 형기 대부분을 서울대병원 특실에서 형집행정지를 이어가다 2016년 광복절 특사로 남은 형을 면제받았다. 앞서 1984년 동갑내기인 김희재와 결혼, 1남 1녀를 두고 있다. 2년 2개월여 전 과오 인정이 경영 행보를 재개한 그에게 마지막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최근 3~4년 사이 우리는 세상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정체의 터널에 갇혔다.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 나를 포함한 경영진의 실책이다.“(2021년 11월 3일, 이재현 회장)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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