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은 뒷전인 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한미약품 오너 집안의 어른인 송영숙 회장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사진=한미사이언스, 픽사베이
신약 개발은 뒷전인 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한미약품 오너 집안의 어른인 송영숙 회장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사진=한미사이언스, 픽사베이

“신뢰경영의 핵심은 결국 신약 개발이다. 국민과 주주들의 신뢰를 다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신약 개발이라는 점을 모두 명심해야 한다.”(2017년 3월 임성기 회장)

최근 인터넷(www)을 뜨겁게 달군 인물은 누굴까.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Who)이 지난 12일(When), OCI그룹과 통합을 발표하면서 남편이자 창업주가 늘 되새겼던 ‘신약 개발’(Wording)이라는 본업을 환기했다. 큰아들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수면 위로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송 회장의 딸과 차남까지 얽히고설키면서 본업은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OCI 통합 과정에서 소외된 임종윤 사장의 공개 반발이 극심해지고 있다. 임 사장은 우호 지분을 확보해 모친인 송 회장과 여동생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통합 결정을 취소시키겠다며 경영권 다툼을 예고했다. 임종윤 사장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오랫동안 경영과 후계 구도에서 자신을 배제한 모친에 대한 감정싸움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임종윤 사장은 당초 임주현 사장과 남동생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 등 삼 남매 가운데 경영권을 이어받을 가장 유력한 후계자였다. 하지만 2009년 한미약품 대표이사를 맡은 뒤 경영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집안에 형성됐다. 남편인 임성기 회장 별세 후 송 회장이 나머지 남매 2명을 모두 한미약품 사장으로 승진시킨 이유다.

임종윤 사장은 2007년 홍콩에 코리그룹이라는 개인회사를 설립하고 백신 개발에 힘쓰고 있다. 2021년에는 영국 유전자 진단업체에 투자하고 등기임원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다만 한미약품과 별개 회사인 만큼 그룹 안팎으로부터 눈총을 받아왔다. 한미약품 내에서는 임종윤 사장의 개인 사업에 회사 차원에서 일절 지원하지 말라는 최고경영진 지시가 내려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한미그룹과 OCI는 지난 12일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이우현 OCI 회장과 임주현 사장 각자 대표 체제로 공동 이사회를 구축, 석유화학기업에서 세계적 제약회사가 된 독일 바이엘처럼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임종윤 사장은 남동생과 법적 대응에 나섰다.

임 사장은 지난 15일 “통합 계약은 명백하게 위법 소지가 있고, 계약 가처분 등 먼저 쓸 수 있는 법적 대응 절차에 곧 나설 것”이라며 “임종훈 사장과도 뜻을 모았고,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과도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틀 뒤 동생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임종윤 사장 뜻대로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2대 주주 신동국 회장과도 손을 잡는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이종 간 합병’은 물 건너가게 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송영숙(11.66%), 신동국(11.52%), 임종훈(10.56%), 임주현(10.20%), 임종윤(9.91%) 순이다. 신약 개발은 뒷전인 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집안의 어른인 송영숙 회장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모녀 vs 형제 다툼’으로 번졌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송영숙 회장, 임종윤, 임종훈, 임주현 사장.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모녀 vs 형제 다툼’으로 번졌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송영숙 회장, 임종윤, 임종훈, 임주현 사장. /사진=한미약품

송영숙 회장은 1948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970년 숙명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와 결혼, 2남 1녀를 두었다. 2017년 한미약품 고문(CSR 담당)을 거쳐, 2020년 8월 별세한 남편의 뒤를 이어 한미약품그룹을 이끌고 있다. 당시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을 완전히 깬 것이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해 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나면서 후계 구도에 변화가 감지됐다. 이어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에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앉으면서 ‘모녀 승계’는 빨라지고 있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이들 모녀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가치는 5870억원으로, 국내 여성 주식 부호 9, 10위다. 8년 전, 창업주가 자신의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준 이유다.

”어려울 때 허리띠를 졸라매며 연구개발 투자를 가능케 한 임직원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한 결정이다.“(2016년 1월 4일, 임성기 회장)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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