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채권단 마음을 얻으려는 윤세영 회장의 눈물의 호소는 ‘노욕’에 가려 악어의 눈물이 됐다. /사진=티와이홀딩스, 픽사베이
태영건설 채권단 마음을 얻으려는 윤세영 회장의 눈물의 호소는 ‘노욕’에 가려 악어의 눈물이 됐다. /사진=티와이홀딩스, 픽사베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50년 전 창업할 때의 정신,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걸 다 바친다는 각오로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를 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근 인터넷(www)을 뜨겁게 달군 인물은 누굴까. 1933년생인 윤세영 태영그룹 및 SBS미디어그룹 창업회장(Who)이 지난달 4일(When), ‘경영 복귀’(Wording)라는 귀를 의심하는 해법을 내놨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지난 3일, 그는 유동성 위기에 몰린 태영건설 채권단 앞에 섰다. 하지만 채권단 마음을 얻으려는 눈물의 호소는 ‘노욕’에 가려 악어의 눈물이 됐다.

8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까지 밟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던 태영그룹이 결국 채권단에 제시한 기존 자구안을 이행키로 했다. 다만, 추가적인 자구책이나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계획 등은 내놓지 않은 터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개시 여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제시한 지난 주말까지 태영건설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워크아웃 무산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태영건설의 법정관리까지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날 열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회의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정리될 전망이다. 이어 사흘 뒤인 오는 11일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채권단협의회가 예정돼 있다.

앞서 윤세영 회장은 지난 3일 채권단 설명회에 직접 노구를 이끌고 나와 “언론보도에서 PF 보증 9조원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실제 문제가 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로 가능성 있는 기업”이라며 “이대로는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아 ‘노욕 아니냐’ 등의 질타에도 염치 불구하고 나섰다.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리겠다”라고 눈물의 호소를 했다.

태영건설 자구안에는 채권단 관심 사항인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없어,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사진=태영건설 홈페이지
태영건설 자구안에는 채권단 관심 사항인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없어,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사진=태영건설 홈페이지

이날 공개된 자구안에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안과 함께 계열사 에코비트 매각, TY홀딩스 지분 87.7%를 가진 골프·레저업체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추진 등이 담겼다. 하지만 채권단 관심 사항인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아,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통령실도 지난 7일 “정부는 원칙에 따라 워크아웃 문제를 처리한다는 입장”이라며 태영건설 대주주의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도 KBS와 인터뷰에서 “경영자가 자기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라며 “경영의 책임은 경영자가 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세영 회장은 1933년 5월 강원도 철원군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8.15 광복 후 북한 치하에 들어가자, 월남하여 포천군을 거쳐 서울 명륜동으로 이사했다.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잃었다. 서울고등학교를 거쳐 1961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최동규, 정해창, 이수성이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녔다.

대학 졸업 후 이동녕 국회의원(민주공화당) 보좌관으로 일하다가 이 의원이 경영한 봉명그룹에서 근무했다. 1971년 미륭건설(옛 동부건설)로 옮겨 상무이사를 지냈으며 2년 뒤 지금의 태영건설을 창업했다.

이후 각종 관급공사를 따내면서 회사를 키웠다. 1990년엔 SBS를 세워 초대 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공보처(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던 대학 후배 최병렬의 도움이 컸다는 평가다.

2015년 SBS 보도국 보직자 전원을 소집한 자리에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를 도와줘야 한다”라는 보도지침이 뒤늦게 폭로되었고, 2년 뒤 외아들 윤석민 부회장과 함께 SBS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2019년 3월, 윤석민 부회장에게 태영그룹 회장직마저 물려주고 명예회장에 올랐다.

SBS 보도지침 폭로가 나온 2017년 윤세영 회장은 아들 윤석민 부회장(사진)과 함께 SBS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사진=SBS
SBS 보도지침 폭로가 나온 2017년 윤세영 회장은 아들 윤석민 부회장(사진)과 함께 SBS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사진=SBS

하지만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회장직 승계 2년여 만인 2021년 12월 28일, SBS미디어홀딩스와 모기업인 TY홀딩스 합병을 통해 지배 체제를 강화했다. 그리고 다시 2년 뒤인 지난달, TY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돼 5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채권단 앞에서 흘린 눈물을 믿지 못하는 이유다. 닷새 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윤 회장, 다음 차례는 너무도 뻔하다.

”태영은 지난 몇 년간 PF 사업을 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뒀고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런 가능성을 과신한 나머지 자기관리에 소홀한 탓에 뼈아픈 부도 위기를 몰고 왔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의 실책이다.“(2024년 1월 3일, 채권단에 읍소한 윤세영 회장)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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