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으로 풀려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앞에 노조와의 갈등과 경영권 분쟁 등 난제도 겹겹이 놓여있다.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보석으로 풀려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앞에 노조와의 갈등과 경영권 분쟁 등 난제도 겹겹이 놓여있다.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국내 경기침체와 판매 부진 속에서도 노사상생의 기틀을 마련하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글로벌 성장을 실현하는 자양분 역할을 했던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을 다시 한 번 미래 성장전략의 핵심으로 키울 것이다.”(2019년 10월 23일 조현범)

최근 인터넷(www)을 뜨겁게 달군 인물은 누굴까.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Who)은 지난달 28일(When), ‘노사상생’(Wording)이라는 4년여 전 발언을 환기시켰다. 이날 계열사 부당지원 등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기 때문이다. 완전한 복귀는 어렵겠지만, 비상경영 체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노조와의 갈등과 경영권 분쟁 등 난제도 겹겹이다.

4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조현범 회장이 청구한 보석 신청을 지난달 28일 인용했다.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지 8개월 만이다. 조 회장은 앞으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데, 경영진과 업무상 연락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소통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조 회장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대전공장 재건 여부다. 지난 3월 화재 직후 조 회장이 구속되면서 전소된 공장은 철거한 상태다. 현재 전소되지 않은 라인과 다른 공장 생산량을 늘려 판매 차질은 줄였다. 다만, 조 회장이 힘을 쏟았던 레이싱 타이어 생산 라인을 어디에 구축할 지와 함께 대전공장의 재건 또는 폐쇄에 대한 결정이 시급하다.

노조와의 갈등 해결도 급선무다. 민주노총 한국타이어지회(1노조)와 지난해 임금·단체 협약을 아직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2노조와는 기본급 5% 인상과 생산격려금 100만원 등 임금협상안에 합의했지만, 1노조와 ‘별도 타결금 200만원’을 놓고서는 노사 갈등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정후견 개시심판 청구 항고심 중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가 최근 법원에 제출되면서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정후견 개시심판 청구 항고심 중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가 최근 법원에 제출되면서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여기에 조 회장의 큰누나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잠복하고 있다. 앞서 조 이사장은 부친 조양래 명예회장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2020년 7월 청구했다. 조 명예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조현범 회장에게 넘긴 결정이 자발적이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은 항고심이 진행 중이어서 사법 리스크는 여전하다.

이밖에도 조 회장은 검찰에 추가 기소될 처지에 있다. 조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극동유화 장선우 대표가 설립한 우암건설에 공사를 발주하고 뒷돈을 챙긴 혐의다. 또 지난 7월 대전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 조 회장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처벌하라는 목소리도 크다. 모두 보석으로 어렵게 풀려난 조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조현범 회장은 1972년 1월 경남 함안에서 조양래 명예회장과 홍문자 여사 사이에서 2남 2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보스턴칼리지 재정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8년 한국타이어(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입사했다. 마케팅과 경영기획 업무 등을 거친 조 회장은 2011년 12월 사장으로 승진한 뒤 7년 만에 한국타이어 대표이사가 됐다.

순탄하던 그의 행보는 2019년 11월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구속되며 첫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다음 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나고, 같은 해 조양래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을 넘겨받으며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앞서나갔다. 이어 2021년 12월 형 조현식을 누르고 한국앤컴퍼니 회장에 올랐지만, 올해 3월 9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앞서 조 회장은 200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씨와 결혼, 1남 1녀를 두고 있다. 그의 부친이자 효성 가문의 둘째 아들인 조양래 회장은 형(조석래)과 달리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하다. 그가 한국타이어 사장 시절 언론과 처음이자 마지막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한국앤컴퍼니의 밑거름인 직원들을 위해 조현범 회장이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

“전 종업원들의 일치된 힘은 일찍이 한국전쟁 때 영등포 공장을 지켜냈으며, 80년대 초 미국의 덤핑 제소도 견딜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1998년 8월 20일 조양래)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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