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수송보국’이라는 조부의 경영철학을 연착륙시킬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수송보국’이라는 조부의 경영철학을 연착륙시킬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한진그룹

“수송보국(輸送報國)이 나의 운명이다. 기업이 사업과 이익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 말고도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국익에 도움 될 수 있는 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최근 인터넷(www)을 뜨겁게 달군 인물은 누굴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Who)은 지난 4일(When), ‘수송보국’(Wording)이라는 조부의 발언을 소환했다. 대한항공이 비행기를 띄운 지 쉰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한 자리에서다.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 심사에서 미국 당국의 승인만 앞둔 그가 당면한 숙제를 풀고 두 날개를 활짝 펼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지난 4일 대한항공 창립 55주년 기념사에서 “대한항공은 수송보국의 창립 이념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고 필요한 곳으로 물류를 보내왔다”라며 “때로 힘들고 어려운 길이었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만이 걸을 수 있는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라고 대한항공의 반세기를 평가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4일 대한항공 창립 55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4일 대한항공 창립 55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조 회장은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의의 순간부터 매서운 겨울이 닥쳤지만, 튼튼한 나무는 겨울이 길수록 안으로 더 촘촘한 나이테와 단단한 무늬를 만든다”라면서 “통합 항공사를 우리의 역량으로 정성껏 가꾸면 곧 글로벌 항공업계의 아름드리 나무로 자랄 것이고, 대한민국 항공업계 전반에 건강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연합(EU)이 지난달 조건부 승인함으로써, 이제 미국 한 곳만 남겨뒀다.

항공업계는 유럽이 승인한 만큼 미국도 긍정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다. 몸값이 너무 높은 데다 추가 운영 자금 투입 등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팔아야 하는 이유는 ‘통합 항공사 출범’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이다. EU 경쟁 당국인 유럽집행위원회(EC)가 지난달 13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린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유럽 일부 노선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해야 경쟁제한 우려가 해소된다는 것이 EC의 판단이다.

가뜩이나 하락 추세인 항공 운임도 화물사업부 매각 작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설령 자금력을 갖춘 인수 후보자가 나온다고 해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5000억~7000억원 수준인 몸값은 그렇다 쳐도 1조원 안팎의 부채를 떠안아야 하기에 최소 2조원이라는 인수 자금이 필요하다. 미국의 승인보다 더 골칫덩이인 셈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 업무를 담당한 ‘기업결합 TF(태스크포스)’ 구성원 약 100명에게 별도로 격려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5성급 호텔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만찬 회식을 연 데 이어, 직급 등에 따라 500만∼2000만원씩 격려금을 줬다는 것이다. 다른 직원과 위화감 조장은 물론,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현아’에서 개명한 누나 승연(맨 오른쪽), 한국계 미국인 여동생 에밀리 리(현민)와 남매다. 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현아’에서 개명한 누나 승연(맨 오른쪽), 한국계 미국인 여동생 에밀리 리(현민)와 남매다. 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1976년 1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이명희 여사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난해 ‘현아’에서 개명한 누나 승연, 한국계 미국인 여동생 에밀리 리(현민)와 남매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를 중퇴한 뒤 인하대에 편입, 교육부가 학사학위 취소소송까지 제기했으나 승소하면서 논란이 크게 일었다.

2003년 한진정보통신 차장으로 입사한 이듬해 대한항공으로 옮겨 경영기획팀 부팀장을 시작으로 2006년 부장, 2007년 상무보 등을 거쳐 같은 해 유니컨버스의 대표이사가 되었다. 2008년 상무B, 2009년 상무A, 2010년 전무 등을 거쳐 2016년 총괄부사장 승진 후 대한항공 대표를 맡았다. 이어 이듬해 사장 승진과 2019년 한진칼 사장에 오른 뒤 부친 사망으로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앞서 2006년 중앙정보부장과 8, 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재춘의 손녀 김미연과 결혼, 세 아들을 두고 있다. 조 회장은 2020년 누나 조승연 부사장이 KCGI·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결성해 압박해 오자,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승부수를 띄워 산업은행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위기를 극복했다. ‘수송보국’이라는 조부의 경영철학을 연착륙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라는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대한항공은 대한민국 선도 항공사로서 국내 항공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국민 여러분께 보답하겠다.”(2020년 11월 16일 한진칼·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직후)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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