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 사이트에 올라온 LG생활건강X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합작 프로젝트 화면. 목표금액은 2000만원인데 5일 현재 1126명이 참여해 11억821000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펀딩 사이트에 올라온 LG생활건강X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합작 프로젝트 화면. 목표금액은 2000만원인데 5일 현재 1126명이 참여해 11억821000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LG생활건강이 웹툰 제작사와 진행한 합작 프로젝트 크라우드 펀딩이 11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는데 이를 중간에 종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배경의 중심엔 대기업이 후원을 통해 제품을 판매했다는 것이 핵심인데 LG생활건강 측은 (펀딩을) 주도한 곳은 제작사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 닥터벨머 립세린과 카카오 웹툰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데못죽) 컬래버 프로젝트 펀딩이 지난 5일 조기 중료됐다.

당초 펀딩은 11월 30일부터 12월15일까지 투자금 2000만원을 목표로 시작됐다. 그런데 목표금액은 무려 554% 초과한 11억82만1000원의 자금이 몰렸다. LG생활건강 측과 제작사 측은 조기 종료를 했지만 목적은 이미 초과 달성한 셈이다.

다온크리에이티브 측은 조기 종료와 관련 공지문을 통해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xLG생활건강 텀블벅 펀딩 중단 안내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프로젝트 시작 과정에서 팬들의 바람과 기대를 미처 헤어리지 못한 점에 대해 데못죽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팬들과 작가님들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컬래버를 진행했던 닥터벨머 팀에서는 5일자로 텀블벅 펀딩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사과문을 냈다.

이어 "당사와 닥터벨머팀에서는 컬래버 의미를 되새기고 데못죽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분들의 조언을 겸허히 수용해 펀딩이 아닌 판매채널을 통해 새로운 상품 구성으로 데못죽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데못죽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에서 연재 중인 소설과 웹툰으로 KW북스가 다온크리에이티브와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다. 닥터벨머 립세린은 LG생활건강이 출시한 신제품으로 데못죽 53화 에필로그에서 주인공이 사용하는 장면에서 첫 공개됐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펀딩 방식이었다. '구매'가 아닌 '후원'으로 펀딩방식을 진행하면서 누리꾼들의 반발을 샀다.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졌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창작자가 후원받고 상품을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후원의 경우 투자로 분류돼 전사상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회사 홈페이지 하단에 투자위험고지 문구를 내걸고 있기도 하다. 투자손실의 위험을 보전하거나 보상품 제공은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개인 창작의 아이디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크라우드 펀딩이 기업의 이윤 추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대기업을 후원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일침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번 구성에서 상품은 립밤과 세럼 두가지인데 그 마저도 비싼 후원금을 내야 받을 수 있다"며 "전형적인 끼워팔기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가격 측면의 비판도 일었다. 일례로 이번 펀딩에서 립밤과 세럼을 같이 받을 수 있는 구성품의 가격은 14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이 경우 립밤과 세럼의 공식 가격의 합은 4만원대로, 남은 굿즈가 10만원의 값어치가 돼야 한다. 그러나 해당 구성의 굿즈는 스티커와 포토카드, 손거울, 키링, 명함, 배지 등이 포함돼 가격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이번 펀딩에 선보여진 일부 굿즈가 이미 웹툰에 나왔던 이미지들이 재사용됐다는 점, 화장품도 함께 구매하는 개념이지만 상세 페이지에 화장품의 기능·상세 설명이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현재 해당 사이트엔 이러한 불만이 적힌 글은 모두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이와 관련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웹툰 제작사 측에서 다양한 판매 채널 중 하나로 펀딩을 고려한 것 같다"며 "일반 판매로 전환한 것은 제작사의 방침을 따른 것이다 LG생활건강 쪽이 주도를 해서 펀딩을 이끌고 이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웹툰 제작사가 컬래버 제품을 만들때 LG생활건강 제품이 선정돼 같이 참여를 한 것일 뿐 그 이후는 제작사 측이 주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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