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활발한 SNS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늘 문뜩 떠오른 사자성어”라며 ‘漁走九里(어주구리)’라는 문구를 올려 논란입니다.

먼저 어주구리의 어원을 살펴보겠습니다. 때는 중국 한 나라 79대 황제이며 폭군으로 널리 알려진 가제가 다스릴 때 나온 말입니다.

당시 1년 여 공사 끝에 완성된 궁 내 연못에 진귀한 황금빛의 잉어를 길렀는데 어느 날 신하가 한밤중에 몰래 연못에 메기를 풀어놓았습니다. 메기는 잉어를 보자마자 달려들었고 잉어는 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굶주린 메기로부터 도망치기에는 역부족이었죠. 구석으로 몰린 잉어는 마지막 힘을 모아 연못 밖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그러더니 지느러미를 다리 삼아 뛰기 시작했는데 9리를 달리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위조는 '물고기가 9리를 달렸다"고 말하며 어주구리가 탄생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잘난 체하는 말이나 행동을 비아냥거리거나 비웃는 뜻으로 불리는 사자성어이며 능력이 없으면서 능력 밖의 일을 하려는 사람을 비웃는 말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어쭈구리’라는 단어로 더 자주 쓰입니다.

정 부회장이 쓴 어주구리 게시물에는 360개의 댓글과 7000개 이상의 좋아요가 눌렸습니다.

그렇다면 정 부회장이 올린 어주구리는 어떤 뜻이 담겼을까요?

그의 SNS 댓글을 보면 전라도와 광주 신세계 관련 글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끝까지 따라가면 묘하게도 강기정 광주 시장이 등장하게 됩니다.

광주신세계는 규모를 4배가량 키우기 위해 인근 이마트와 주차장 부지를 후보지로 선정해 통합할 계획이었으나 금호월드 등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차기 후보지는 금호고속이 소유하고 있는 버스터미널과 유스퀘어 부지입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와 금호고속, 신세계는 부지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달 말 체결한 바 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신세계는 내년 1월 말 백화점 확장과 관련된 사업계획서를 광주시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신세계는 금호고속과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의 유스퀘어 문화관을 허물고 백화점을 신축한 뒤 금호고속으로부터 임대해 사용 중인 백화점과 연결해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개발부지입니다. 당초 신세계는 이 부지를 임대하는 방향으로 내부적인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강 시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에서 터미널 땅을 모두 개발하는 것으로 전제로 협약이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즉, 신세계가 터미널 부지를 통매입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인데, 임대에 비해 수익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터미널 부지를 통째로 매입할 경우 자금부담은 물론이고 낮은 수익률로 고전 중인 광주종합터미널을 떠안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집니다.

이에 유통업계와 누리꾼들은 정 부회장의 게시글이 광주광역시와의 의견 차이 때문에 등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통매입 방향으로 확장 계획이 검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부회장의 글에도 많은 누리꾼들이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광주신세계 백화점 이야기가 등장하자 지역감정과 관련한 말싸움이 일어나는 등 과열 양상도 보이고 있습니다.

“전라도 사람들은 오래전 신세계그룹이 중국에 진출했던 것을 두고 '멸공’이라는 단어와 엮으며 반대했는데, 왜 광주 신세계백화점 확장에는 환영하는가?”

“지금 광주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 신세계백화점이기 때문에 당연한 반응이다. 이런 글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나쁜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

그렇다면 신세계그룹 홍보실은 어주구리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요. 역시 모호합니다.

"(정용진) 부회장님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SNS 상의 메시지에 대해 이면의 의미가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대해서는 저희도 확인할 수도 추측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신세계그룹 홍보실도 많이 답답했나봅니다.

이번 입장을 묻기 위해 그룹 홍보실은 연락을 취해지만 처음엔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문자를 통해 신세계 백화점 홍보실에 문의하라며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기자는 신세계백화점 홍보실에도 문의를 했는데 "이번 사안은 그룹에 문의하는 게 맞다"며 때 아닌 핑퐁게임을 경험했답니다.

그룹의 입장을 대변하는 홍보실에서조차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는 것은 아마도 좋은 뜻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시한번 처음으로 돌아가봅니다. 과연 정 부회장이 작성한 어주구리는 누구를 겨냥했으며 어떤 뜻이 담겼을까요.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준(?) 한 누리꾼의 댓글로 마침표를 찍겠습니다.

"난 또 대단한 뜻인줄 알았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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