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네번째)김영훈 신세계 노동조합 위원장의 지난 3월 신세계 노동조합 출범 기자회견 모습. 사진=김영훈 위원장 제공
(왼쪽에서 네번째)김영훈 신세계 노동조합 위원장의 지난 3월 노조 출범 기자회견 모습. 사진=김영훈 위원장 제공

"정용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 활동을 그만했으면 좋겠다. 내부에선 SNS 활동보다는 그룹 내 경영 전반과 노사관계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김영훈 신세계 노동조합 위원장의 일갈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선어부비취(善漁夫非取)’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착한 어부는 아무것도 취하지 않는다’라는 뜻의 사자성어다.

다만 인터넷 상에서는 일반적으로 빠르게, 강하게 발음함으로써 욕설이 담긴 영어표현으로 많이 쓰인다. 이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듯한 게시물을 올려 신세계그룹 불매운동이 촉발된 바 있다.

이제는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이 시민들과의 소통이 아닌 ‘정용진 리스크’로 불린다.

그러나 정용진 리스크는 이제 SNS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름을 내걸고 투자를 집중했던 부문에도 ‘낙제점’을 연달아 받았기 때문이다.

이마트 리뉴얼, 온라인 전환 사업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대형 M&A를 통해 인수했던 온라인 부문의 적자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주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엘앤비는 조직 개편을 통해 사내 위스키 신사업 전담 조직이었던 'W비즈니스'팀을 해체하고 위스키 사업 전면 철회를 공식화했다.

그룹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와중 유통업계 하방 국면 속에서 선방하고 있는 신세계 백화점 부문이 눈에 띈다.

신세계의 백화점 사업 부문은 올해 3분기 누계 영업이익 1조853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9% 올랐고 강남점이 처음으로 단일 점포 기준 매출 3조원을 넘어서면서 연간 최대 매출 기록도 넘보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60년 무노조 역사를 깨고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신세계 앞에 노조라는 신세계가 펼쳐진 셈이다.

◆손영식 대표 퇴진은 노조 설립 영향?… "정용진, 불편했다고 하더라"  

노조 설립 이후 9개월이 지난 지금 신세계는 어떨까.

<뉴스W>는 28일 임금 단체협약이 한창인 김영훈 신세계 노조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폐쇄적이고 일방적이던 회사의 소통방식이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한 면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 불황 속에서도 구성원들의 노력 끝에 호실적을 이끌었지만 이에 대한 공을 치하하는 정도는 현저히 낮다 진단했다. 즉, 신세계 구성원들에 대한 성과 배분이 더 필요하다는 요구다.

(왼쪽에서 두번째)김영훈 신세계 노동조합 위원장. 사진=김영훈 위원장 제공
(왼쪽에서 두번째)김영훈 신세계 노동조합 위원장. 사진=김영훈 위원장 제공

노조 설립이 촉발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로부터 시작됐다. 올해 1월 1일 신정 영업을 1주일도 채 남기지 않고 갑작스럽게 결정하며 내부에서 불만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등 문제 때문에 불만이 고조되는 와중에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신정영업이 갑작스럽게 결정됐다”며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서 불만을 표하는 글들이 폭주했고 이때 노조를 설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회상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노조 설립 방해와 탄압을 골자로 하는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폭로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를 의식해서였을까. 설립 과정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정 부회장의 심기는 불편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9월 단행한 인사에서 손영식 신세계 대표가 물러나고 박주형 신임 대표가 선임됐기 때문이다.

당시 신세계그룹 측은 실적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개편이라고 인사에 대해 설명했지만 그 당시 신세계는 이마트 등과는 달리 업계 침체 속에서도 실적 면에서 선방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정 부회장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한국노총 측에서 접촉을 한 바 있다”며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이 손 대표 인사에 대해 노조 설립과 무관하지 않다는 식으로 언급한 것으로 들었다. 다만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노조 설립의 임계점이었던 신정 영업을 지시한 임원은 현재까지 문제없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며 “단체 협약 등에서 박 신임 대표는 아직까지 직접 등장한 적 없는데, 그룹 전체적으로 노조를 대하는 부분에 있어 신경을 조금 더 써야 하는 점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설립 당시 조합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승격 시스템이었다. 9개월이 지난 현재 이는 많은 부분 개선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신세계백화점은 대졸만 채용하지만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주축은 고졸 종업원들이었다”며 “대졸 사원이 승격에서 유리하다는 점은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90년대 입사자가 과장인데 2000년대 후반 입사자가 팀장을 다는 수준으로 격차가 심각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진급 절차도 문제였다”며 “대상자 본인에게만 결과를 통보할 뿐 정량적인 평가나 상세한 평가 기준 등을 전혀 알지 못했다. 심지어 불합격자에게 불합격됐다는 통보도 알리지 않아 인사 발령이 이뤄지는 시기에 본인이 떨어졌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들러리가 되기 싫다’는 마음으로 진급 대상자임에도 면접을 보지 않으면 불이익까지 주는 분위기도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노조 설립 이후에는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나마 회사 측이 가장 많이 변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진급 통보 방식이다”라며 “현재는 합격자, 불합격자 모두에게 합격 여부를 전달하며 불합격자에게는 상세히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합격과 불합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현재까지 없으며 대졸자와 고졸자 차별은 아직까지도 만연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단협 상황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사측과 노조의 생각이 달라 협상 기간이 길어지고 있지만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가닥이 잡힐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사측은 그룹 내 계열사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임금 인상률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신세계 백화점은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백화점 사업을 영위하는 곳이 크게 신세계와 롯데, 현대, 한화 갤러리아 등으로 적다 보니 사측에서 타사의 눈치도 많이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 다음달 월급 집행이 인상분을 반영한 상태로 진행돼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합의를 잘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양쪽 모두 파행으로 치닫는 것은 원하지 않기 때문에 노조의 제안에 대해 사측이 수락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마트의 노조 탄압 사례가 있기 때문에 비조합원 중에서 ‘노조에 가입하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와 같은 불안감도 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조합원 규모는 약 800명으로 유권자의 40%에 달할 정도로 괄목할 수준의 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투명한 소통 시스템과 공정한 절차를 요구해 구성원들을 위한 신세계를 이끌어 낼 것이다”며 “회사 측도 조금 더 전향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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