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분쟁. 거창한 용어처럼 들리지만 모든 분쟁의 시작에는 계약서와 약관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계약서 또는 약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용어 해석이 모호해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를 제대로 알면 합리적 거래가 가능합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민원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권익을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깨알 같이 작은 글씨로 수십, 수백여장에 달하는 계약서와 약관을 소비자가 모두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뉴스w는 소비자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언론의 순기능 역할을 위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계약서와 약관을 쉽게 풀어 전달하겠습니다. 계약서 내용과 관련하여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전문 기자들이 다각도로 취재해 명쾌한 해답을 드리겠습니다. 컨트랙W는 'Contract knoW' 영문의 준말로 계약서를 알다 혹은 깨닫다는 뜻입니다.

"지금 집을 뺄 수가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전세만료기간이 된 A씨가 2억원의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임대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답변이다. 임대인은 당당했고 임차인은 당황했다.

알고 보니 임대인은 30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빌라왕 사기꾼이었다. 그의 소유 주택은 거의 대부분 세금 미납으로 구청과 은행 등에 근저당이 잡힌 상태였다. 경매로 넘어가도 A씨는 전세금을 돌려받기 힘든 상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A씨를 포함해 20명이 넘었다. 

안타깝게도 법조계에선 A씨의 경우 피해 구제를 받을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주택도시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은행 등 근저당까지 잡혀 있어 A씨에게 돌아올 낙찰금액은 제로(0)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같은 피해는 A씨가 주택으로 이사하기 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약관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은 특약을 통해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것.

◆보증보험 가입했다고 안심해선 안돼… 보증효력 꼼꼼히 살펴야

우선 전세와 월세 임차인이 주택 계약을 맺을 때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이다. 임차인은 보증보험 상품 가입 유무에 따라 새로 계약할 주택의 안전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보증보험에 가입했다고 끝이 아니다. 가짜 또는 편법 계약서를 작성했거나 계약 후 매도인이 임차인 모르게 집을 매매하면 상황에 따라 보증보험에 가입했더라도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전세금안심대출보증약관 제13조 3항에는 보증부대출 실행일 다음날까지의 전세목적물에 대한 권리관계가 보증서 발급 시 기초가 된 권리관계와 상이할 경우에는 보증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보증보험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선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 소액임차인이라면 최우선변제권 설정이 필수다.

◆경매 넘어가도 안심… 점유ㆍ주민등록 신청 필수

먼저 대항력은 내 권리를 제3자 등 타인에게 주장할 수 있는 힘(力)을 말한다. 새 주택으로 이사를 해 점유권을 확보하고 주민등록을 신청하면 대항력 효력이 발생한다. 대항력을 갖추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도 전세보증금과 계약기간을 보호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세를 살고 있는 임차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대출을 받은 집주인이 개인 사정으로 은행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갔고 누군가 그 집을 낙찰받았다. 이 경우 대항력 있는 임차인은 낙찰자인 제 3자에게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집을 비우지 않아도 된다. 전임 임대인과 맺은 전세계약 기간 동안 해당 주택에서 계속 거주할 수도 있다.

다만 임차인이 전세금을 받지 않고 중간에 이사를 해 점유권을 행사하지 못했거나 주민등록을 이전하면 대항력을 상실해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면 사전에 임차권 등기를 반드시 신청해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은 주택을 인도 받고 전입신고한 다음날 발생한다는 점도 숙지해야 한다. 만약 2월 14일 이사하고 전입신고를 마쳤다면 대항력은 2월 15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보증금 사기 막아주는 우선변제권 … 확정일자 꼭꼭꼭 체크하세요  

우선변제권은 임차주택이 경매 등으로 넘어갔을 때 해당 주택을 매각한 환가대금에서 후순위 권리자나 일반채권보다 우선해서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다. 

한 마디로 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갔을 때 낙찰된 금액으로 가장 먼저 전세금을 받아낼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우선변제권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까지 받아야 효력이 발생한다. 확정일자는 법원 또는 동사무소 등에서 주택 임대차 계약이 체결된 날을 증인하기 위해 계약서에 그 날짜가 새겨진 도장을 찍어주는 데 이 때 그 날짜를 의미한다.

한 예로 3억원짜리 아파트에 3명의 임차인이 각각 1억원씩 보증금을 내고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3명의 임차인 중 1명은 2020년 1월 1일, 또 한명은 같은 해 2월 1일, 나머지 한명은 그 다음달인 3월 1일 확정일자를 각각 받았다.

그런데 임대인이 빚을 갚지 못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1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그렇다면 3명의 임차인 중 누가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까. 

1월 1일 확정일자를 신청한 임차인은 1억원의 보증금을 전액 돌려 받을 수 있지만 2월 1일 신청한 임차인은 8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반면 3월 1일 신청한 사람은 단 한푼의 보증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한 때 대한민국을 떠들썩 하게 한 빌라왕 사기도 확정일자를 교묘히 악용해 벌어진 사건이다. 임차인이 빌라왕 소유의 주택으로 이사를 한 후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는데 그 사이 이들이 집을 제 3자에게 매매하거나 임차인 모르게 대출을 받아 경매에 넘긴 것.  

임차인은 자신도 모르게 집이 팔렸거나 경매에 넘어갔는데 확정일자 순위에서 밀려 단 한푼의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나야 했다.

대항권과 우선변제권을 갖추지 못하면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 설사 편법으로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약관 위반으로 효력을 잃어 보증 보험금을 돌려 받지 못할 수 있다. 

◆은행보다 먼저 변제… 소액임차인이라면 '최우선변제권' 설정 

소액임차인이라면 최우선변제권을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 최우선변제권은 보증금이 일정 금액 이하인 소액임차인이 일정 요건을 갖추면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보증금 중 일정 금액을 가장 먼저 변제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전세나 월세로 살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경우 임대인의 채권자는 확정일자에 따라 순서대로 돈을 나눠 받는다. 이중 채권자는 구청(세금미납분)과 은행(대출), 임차인(보증금) 등을 말한다. 

그런데 소액임차인은 구청이나 은행보다 일정금액의 보증금을 0순위로 변제 받을 수 있다. 

한 예로 B씨가 서울 다세대주택에서 보증금 8000만원, 월세 50만원짜리 부동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해보자. 집주인은 1000만원의 세금이 체납됐고 해당 주택엔 은행 대출 1억원이 있는 상태에서 경매로 넘어갔다. 주택은 1억원에 낙찰됐다. 

낙찰된 돈을 구청과 은행이 먼저 가져갈 것으로 생각했다면 틀렸다. B씨가 최우선변제권을 신청했다면 보증액의 일부를 가장 먼저 돌려 받을 수 있다.

소액임차인 자격은 보증금 범위로 결정되며 보증금 범위는 담보물권이 있다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때가 아니라 담보물권(저당권, 근저당권)을 설정한 날이 기준이 된다. 또 지역마다 보증금이 최우선 변제권 규모가 달라진다.

서울의 경우 2023년 2월 21일 기준 보증금 1억6500만원 이하 주택이라면 소액임차인 자격이 주어지고 최우선변제권은 5500만원까지 보호 받을 수 있다.

다만 최우선변제 기준시점은 담보물권이 있다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때가 아니라 담보물권(저당권, 근저당권 등)을 설정한 날이 기준이 된다. 즉 담보물권이 설정된 시기에 최우선변제를 받는 소액임차인의 범위에 해당해야 담보물권보다 우선해 변제를 받는다.

서울지역의 경우 2023년 2월 21일 현재 보증금 범위 1억6500만원 이하, 보증금 중 일정액의 범위(최우선변제권) 5500만원이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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