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ATL이 개발하고 있는 '소듐이온 배터리' 조감도. 사진=CATL 유튜브
중국 CATL이 개발하고 있는 '소듐이온 배터리' 조감도. 사진=CATL 유튜브

최근 중국에서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나트륨이온 배터리(소듐이온 배터리)'가 셀 당 가격이 LFP 배터리보다 획기적으로 저렴하게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하면서 이목이 쏠린다.

현재 리튬이온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로 양분된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중저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LFP 배터리에 밀려 점유율을 잃고 있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관망하는 분위기지만 차세대 시장의 선두권을 내준 셈이 됐다. '배터리 3사'로 대표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여전히 리튬이온 삼원계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고 LFP 배터리 상용화도 시일을 남겨 둔 입장이기 때문에 또 다시 중국 업체에 밀려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 시장조사 전문업체 SNE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소듐이온 배터리와 LFP 배터리와의 가격 차이가 오는 2035년 최대 24%까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LFP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 중에서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배터리 3사 주도의 리튬이온 삼원계 배터리와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듐이온 배터리는 나트륨을 원재료로 사용한 배터리로 전기화학적 안정성이 높고 저온에서의 성능 저하가 심하지 않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가격이다. 나트륨은 지구상에서 6번째로 흔한 원소로 지각의 약 2.6%를 구성하고 있다. 바닷물과 암염 등에서도 쉽게 추출할 수 있다. 지난 29일 기준 1kg 당 86.5위안(약 1만6000원), 고점이었던 지난 2022년 11월 기준 581.5위안(약 10만7000원)이었던 탄산리튬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리튬이온 삼원계 배터리의 체적당 에너지 밀도(Wh/L)는 650이나 소듐이온 배터리는 37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주행거리와 배터리 수명이 기존에 상용화된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상당히 짧아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형차나 초소형 퍼스널 모빌리티 등 중저가 전기차에서 시장에서 '제3 지대'를 형성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는 소듐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기존 전기차 대비 대당 5500달러(약 730만원)에서 9200달러(약 1220만원)의 배터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035년 소듐이온 배터리 시장 수요 전망치는 254.5GWh 규모다.

'소듐이온 배터리'와 LFP 배터리 가격 시나리오. 사진=SNE 리서치
'소듐이온 배터리'와 LFP 배터리 가격 시나리오. 사진=SNE 리서치

중국은 이미 소듐이온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CATL은 지난 2021년부터 차세대 배터리로 소듐이온 배터리를 선정하고 개발과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BYD도 약 1조8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중국 쑤저우에 대규모 소듐이온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들의 소듐이온 배터리 상용화 목표 시기는 내년이다. 중국 전기 오토바이 업체인 야디는 이미 지난해 말 소듐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 오토바이 ‘Ji Na No.1’을 출시한 바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소듐이온 배터리 개발에 돌입하지는 않으며 앞으로의 시장 추이를 관망한다는 입장이다.

한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3사가 주력하는 리튬이온 삼원계 배터리는 고성능 하이엔드 전기차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소듐이온 배터리의 시장 타겟과는 결이 다르다"며 "LFP 배터리 양산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소듐이온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LFP 배터리 양산 시점은 오는 2026년이고 SK온의 경우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LFP 배터리는 지난 2022년 기준 27%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3사가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LFP 배터리 경우처럼 소듐이온 배터리도 중국이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한국이 뒤늦게 이를 따라가는 모습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구체적인 수치를 속단할 수 없지만 소듐이온 배터리가 중저가 시장 내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배터리 3사는 소듐이온 배터리는 물론이고 LFP 배터리 개발에도 급급한 상황"이라며 "차세대 기술력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중국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돼 매우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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