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이 개최하는 서울 최대 규모의 인디게임 축제 ‘버닝비버 2023(버닝비버)’이 1일 두번째 막을 올렸다.
이번 버닝비버는 지난해에 열린 첫 행사보다 규모를 키우고 접근성도 높여 관람객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오는 3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버닝비버에서는 약 90개에 달하는 인디게임 체험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 무대 이벤트, 기획전시까지 즐길 수 있다. 인디게임을 주제로 펼쳐진 ‘문화의 장’인 셈이다.
<뉴스w>도 개막 첫날 버닝비버 현장을 찾아 인디게임을 직접 시연하고 관람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평일 오전 10시. 영하권의 추위를 기록하는 날씨에도 꽤 많은 관람객이 버닝비버를 찾았다. ‘지스타’ 등 주요 게임사들이 대형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삼오오 모여든 인파를 보고 인디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음을 실감케 했다.
중학생 자녀와 함께 버닝비버를 찾은 엄마는 “딸이 게임에 관심이 많은데 추후 장래희망을 게임 개발자로 정하는 것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며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직접 개발한 게임들을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함께 행사장에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인디게임 행사라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붐비는 모습이 놀랍다"며 "몇몇 게임들을 시연했는데, 인디게임이라고 믿기지 않을 수준으로 잘 만든 것 같다"고 들뜬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동물 비버는 포식자들의 습격을 막기 위해 자기 몸 200배에 달하는 댐을 직접 건설한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모습이 이와 비슷하다는 점이 해당 행사가 버닝비버로 이름 지어진 이유다.
DDP 아트홀 지하 2층 입구로 들어서니 마스코트인 비버를 이용한 ‘튜토리얼 존’이 눈에 띄었다. ‘힙’하게 느껴질 수 있는 조명들과 함께 비버 조형물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본격적인 관람 전 흥을 높일 수 있었다.
튜토리얼 존을 지나면 몇몇 인디게임들의 초기 개발 상황인 ‘프로토타입’을 전시하는 장소가 나왔다. 올해 참여작 중 10개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체험하고 개발 과정에 대한 인터뷰를 감상할 수 있다.
본격적인 전시장으로 들어오니 비버 모습의 옷을 입은 직원들이 반겨줘 마치 테마파크에 온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전시장은 지하 2층에서 1층까지 총 3층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람 시 불편한 점이 있었다. 관심 있는 게임을 찾으러 여러 층을 오르내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할 정도다.
올해 전시는 DDP 아트홀 지하 2층의 전시홀 전체를 빌려서 이뤄지기 때문에 한 층에 시연 부스, 현장 행사장 등이 명시적으로 눈에 잘 보여 좋았다. 시연 부스 공간, 관람객 대기 공간, 휴식 장소 등 모든 곳이 지난해 행사보다 널찍널찍해진 느낌이었다.
기자는 눈에 띄는 4가지 게임을 선택해 직접 플레이했다.
첫번째로 플레이한 게임은 원더포션에서 개발한 로프 액션 장르의 ‘산나비’다.
산나비는 이미 지난달 9일 플랫폼 ‘스팀’에서 출시되자마자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은 화제의 게임이다. 압도적으로 긍정적은 스팀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의 평가다.
산나비에 대한 관심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출시된 게임이기 때문에 시연 부스의 대기열은 길지 않았지만 굿즈를 사기 위한 행렬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산나비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관람객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관람객은 “산나비의 매력에 빠져 코스프레까지 하고 전시장을 찾아오게 됐다”며 “어떤 캐릭터를 코스프레했는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줘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기자가 관람객에게 어떤 게임에 대한 관심으로 버닝비버를 찾게 됐는지 물어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산나비를 꼽았다.
산나비는 사이퍼펑크 풍 조선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게임은 퇴역군인 주인공이 자신의 딸과 놀이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도트 그래픽에서 특유의 앙증맞음을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면 전환 연출이 예상보다 화려해 몰입감도 높일 수 있었다.
게임 초반부에는 가상으로 만든 용암 지대에 닿지 않고 로프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이동해야 한다. 다만 기자는 해당 장르에 익숙하지 못해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초반부를 클리어할 수 있었다.
산나비의 별명 중 하나는 ‘최루탄’이다. 게임 스토리가 애절하기 때문에 많은 플레이어가 이용 도중 눈물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산나비의 스토리를 극찬했는데, 시연 부스에서는 스토리를 모두 감상하기엔 시간이 부족해 아쉬웠다.
유승현 원더포션 대표는 “출시 전만 해도 개발 기간이 길어 ‘나만 하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지금의 인기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꿈만 같다”며 “오늘도 많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찾는 모습을 보고 기쁜 마음만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두번째로 데카트리 게임즈가 만든 ‘편집장’을 플레이했다. 주인공이 일간지 편집장이라는 점에서 동종업계로서 흥미가 자연스럽게 갔다.
첫인상과는 다르게 실제로 플레이해 보니 추리물에 가까웠다. 국회의원 암살사건에 대한 진실을 편집장이 취재를 통해 알아내는 것이 스토리의 골자다.
많은 부분들이 실제 기자의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더 흥미로웠다. 헤드라인 기사에 쓸 사진을 어떤 구도로 촬영하는지 논의하고 사건을 알아보기 위해 어떻게 취재원과 연락해야 하는지 회의를 한다. 또 주간 편집회의 등 기자 개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꽤 있었다.
주인공은 다른 기자 혹은 취재원과 함께 사건에 대해 단서를 알아내고 그 방향에 맞게 헤드라인 기사의 제목과 그에 맞는 사진 등을 편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문사 평가 지표’로 표현되는 점수가 올라가거나 내려가게 된다.
반전도 있었다. 개발자가 언론 업계에 종사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이도현 데카트리게임즈 총괄은 “기존 형사 탐정물 게임은 너무 많기 때문에 차별점을 두고 싶었다”며 “신문업 특성상 이미지와 텍스트의 편집에 따라 여러 의도를 기사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기획 의도부터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한 게임도 있었다. 캣 소사이어티가 만든 ‘던전 인’이다. 흔히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모험가들이 쉴 수 있는 공간 ‘여관’을 운영하는 게임인데, 사이가 좋지 않은 길드 두 곳을 상대로 ‘이중영업’을 전개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핵심 포인트는 두 길드의 모험가들이 서로 마주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장르는 일종의 시나리오 게임으로, 여관 주변에 구조물들을 턴마다 설치해 이용객들을 끌어모아야 한다. 일정 턴을 지나면 하루가 지나가고 2주 안에 주어진 미션들을 완료해야 한다. 마치 고전 인기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고민진 캣 소사이어티 디렉터는 “보드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초반에는 몬스터와 모험가들에게 각각 이중 영업을 하는 게임을 초기에 기획했다”며 “실제 플레이한 유저들이 색다르다는 반응을 많이 보여줘 좋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안이 개발한 컬러 퍼즐 게임 ‘고스티드’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색과 같은 빛깔의 통로만 지나갈 수 있는 유령들을 위해 컬러 퍼즐을 만들어 유령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임이다.
즉, 기본적으로 색을 칠해서 유령을 목적지에 도달하는 게임으로 빨강, 노랑, 파랑색을 기본으로 총 6개의 색을 가지고 퍼즐을 풀어야 한다.
왼쪽의 탭 버튼을 끌어와 유령의 몸체나 벽의 색, 장애물 색 등을 바꿔야 한다. 심화 단계로 넘어가면 물체의 명도까지 컨트롤해 유령이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고스티드 개발자는 “기존의 컬러 퍼즐 게임에서 원색을 섞음으로써 나올 수 있는 조합으로 조금 더 다양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부대 행사들도 지난해보다 풍성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난해와는 달리 전시장 한층에 모든 관람객이 모여있다 보니 행사 진행에 대한 집중도와 몰입도도 커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날 오전에는 메인 스테이지에서 ‘타자버그 소탕작전’이라는 이벤트가 열렸다. 사람 몸집 만한 키보드를 사용해 타자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금세 많은 관람객들이 모여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한 열기를 뽐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이외에도 관람객들은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미션에 참여하면 ‘골드’를 얻을 수 있다. 이 골드를 일정 금액 이상 모으면 행사 상품들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인플루언서들이 일반 관객들과 함께 하는 게임 시연회, 사인회, 토크쇼 등 이벤트들도 매일 오후 1시에 진행된다. [뉴스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