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3' 개막식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지스타 2023' 개막식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당신의 지평을 넓혀라(Expand your horizon)!"

국내 최대 게임쇼이자 게임 업계의 역량이 총동원되는 '지스타 2023(지스타)'의 캐치프레이즈다.

이번 지스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열려 큰 성공을 거뒀던 지난해 행사를 발판 삼아 3328부스, 42개국, 1037개가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9년 만에 귀환한 스마일게이트와 8년 만에 신작을 출품한 엔씨소프트, 3개의 야심작을 내놓은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올해 지스타에 대한 기대감도 뜨거워졌다.

<뉴스w>도 16일 대단원의 막을 올린 지스타 현장을 찾아 각 기업들의 출품작들을 살펴보고 관람객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스타 2023' 일반 관람객들의 입장 대기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지스타 2023' 일반 관람객들의 입장 대기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일반 관람객이 입장하기 전인 오전 10시경 벡스코 내부는 취재진과 업계 관계자들로 가득찼다. 뜨거운 현장 분위기를 증명하듯 벡스코 2층에 마련된 취재진 대기장소는 이미 만석이었다. 

외부는 더 후끈했다. 관람객들이 벡스코 앞 광장에서 지그재그 모양의 긴 줄을 만들었는데 인산인해라는 표현이 부족해보였다.

너무 많은 인파에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전시장은 어느정도 질서 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지스타를 올해 처음 찾은 한 관람객은 “행사장 입장 전에는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걱정했는데 막상 전시장 내부는 쾌적했다”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 지스타와 유사한 다른 장르의 행사를 여러번 다녀왔다. 그런데 이번 지스타 행사는 관람객이 더 많았는데 관리는 더 잘 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스타 2023'내 스마일게이트 부스 앞 대기열. 사진=김상원 기자
'지스타 2023'내 스마일게이트 부스 앞 대기열. 사진=김상원 기자

올해 지스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단연 스마일게이트가 마련한 ‘로스트아크 모바일’ 시연 부스였다.

기자가 관람객 11명에게 ‘오늘 어떤 게임을 가장 하고 싶은지’ 물었는데 이들은 두세개의 게임을 반드시 시연할 계획인데 공통적으로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가장 먼저 꼽았다. 

스팀 최대 동시 접속자수 130만명, 지난해 매출 약 7000억원 등 MMORPG의 신화를 써낸 ‘로스트아크’의 모바일 버전은 이날 지스타에서 처음 공개되는 기대작이다.

사전에 많은 관람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분위기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실제로 오전 11시 출입문을 열리자마자 많은 관람객들이 ‘오픈런’을 하듯 부스 앞에 몰렸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시연하기 위한 대기 시간은 1시간을 훌쩍 넘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뒤 본격적으로 관람객들이 붐비던 오후 2시경에는 대기 소요 시간이 3시간 이상이었다.

'지스타 2023' 일반 관람객 입장 직후에도 대기자들이 '오픈런'을 통해 대기열을 이룬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지스타 2023' 일반 관람객 입장 직후에도 대기자들이 '오픈런'을 통해 대기열을 이룬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의 신작 시연 부스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단기간에 1시간에서 2시간을 기다려야 체험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하는 관람객들은 불평보다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

한 관람객은 “대기가 생각보다 길어져 당황했지만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힘이 들지만 남들보다 먼저 플레이할 수 있는 경험이 더 뿌듯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신작 게임 론칭 예고 영상을 본 후 너무 마음에 들어 직접 시연해보기 위해 처음 지스타를 방문했다”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에너지를 받고 간다. 게임도 플레이해보니 예상만큼 취향을 저격해 행복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렇다고 모든 관람객이 만족감을 내비친 것은 아니다. 긴 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관리했거나 긴 줄의 시작점을 끝 줄에 선 다른 관람객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판을 만들었으면 좋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넷마블의 경우 시연 부스 3개 게임 모두 각각 다른 컨셉으로 꾸며져 있어 게임 시연을 위해 대기해야 하는 곳이 직관적으로 눈에 보였다.

그런데 스마일게이트 부스의 경우 로스트아크 모바일 내 등장하는 에피소드 별로 부스를 독립적으로 운영했는데, 어느 곳이 어떤 에피소드를 플레이할 수 있는 장소인지 눈에 잘 보이지 않았다.

시연 시간을 ‘타임테이블’ 방식으로 운영해 시간에 맞춰 줄을 관리하는 곳도 있었으나 타임테이블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관람객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정확한 식별을 하지 못해 헛걸음을 한 관람객도 다수 눈에 띄었다.

한 부스 방문자는 “2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연 시간의 대기가 마감됐다고 해서 결국 게임을 해보지도 못하고 나왔다”며 “괜한 시간을 낭비한 것 같아 힘이 빠진다”고 아쉬워했다.

위메이드 부스 전경. 사진=김상원 기자
위메이드 부스 전경. 사진=김상원 기자

의외로 한산한 곳은 위메이드 부스였다. 위메이드는 올해 행사에서 BTC관에서 가장 큰 200부스 규모의 전시장을 운영했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와 ‘판타스틱 4 베이스볼’을 시연할 수 있는데, 판타스틱 4 베이스볼의 경우 대기시간 없이 플레이가 가능했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도 약 15분 정도의 대기 시간이면 즐길 수 있다.

크래프톤 '다크앤 다커 모바일' 부스 내부 전경. 사진=김상원 기자
크래프톤 '다크앤 다커 모바일' 부스 내부 전경. 사진=김상원 기자

부스 내부 전경이 인상적인 곳도 있었다.

크래프톤 '다크앤 다커 모바일' 부스는 세계관에 맞춰 마치 게임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도록 이동 동선을 꾸몄다.

'고블린'의 동굴에서 주인공이 탈출하는 것이 다크앤 다커 모바일의 개괄적인 내용인데, 관람객들은 시연을 대기하면서 게임 오브젝트들을 형상화한 벽이나 조형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고블린 동굴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대기를 하다 보니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부터 기대감을 올릴 수 있어 좋았다.

제1 전시장에서 제2 전시장으로 가는 동선. 사진=김상원 기자
제1 전시장에서 제2 전시장으로 가는 동선. 사진=김상원 기자

지난해 역대급 인파가 몰렸던 제2 전시장은 쾌적한 분위기였다.

지난해 행사에서 제2 전시장은 호요버스의 ‘원신’과 ‘붕괴4rd: 스타레일’, 네오위즈의 ‘P의 거짓’, 시프트업의 ‘니케’ 등 화제작들의 부스가 몰려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제1 전시장보다는 작은 규모 때문에 관람객들은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하게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제2 전시장도 파우게임즈의 ‘영웅전설: 기가브 트릴로지’ 등 기대작의 전시 부스가 있었지만 대부분 중소게임사의 신작이거나 매니아들이 즐겨찾는 서브컬처 게임들이 주를 이뤄 지난해만큼의 인파는 몰리지 않았다.

지난해 행사의 경우 이태원 참사 직후 열렸기 때문에 관람객의 이동 동선, 인원 통제가 철저하게 이뤄졌다.

제1 전시장에서 제2 전시장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는 안전 요원들이 배치돼 있었다.

올해는 안전 사고 위험이 큰 에스컬레이터 근처에만 안전 요원들이 배치돼 있었고 별도의 인원 통제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관리가 조금 느슨해진 것 같았지만 애초에 지난해와 비교해 제1 전시장에서 제2 전시장으로 이동하는 인원이 훨씬 적었기 때문에 큰 불편이나 불안은 느끼지 않았다.

'로스트아크 모바일' 게임 설명문. 사진=김상원 기자
'로스트아크 모바일' 게임 설명문. 사진=김상원 기자

행사 전반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었다.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은 대부분 한국인이었고 외국인 관람객은 업계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스타 행사장 자체에는 영어로도 대부분의 위치도나 동선들이 설명돼 있었으나 각 기업들이 운영하는 부스에서는 입구와 출구 외에 이벤트 참여 방법, 게임 플레이 설명 등이 한글로만 적혀있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시연하는 게임들도 대부분은 한국어만 지원했다.

기자는 첫날 6개의 게임을 시연했다. 모두 주요 기업의 신작들이었으나 영어 등 외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은 크래프톤의 ‘다크앤 다커 모바일’이 유일했다.

다크앤 다커 모바일도 당초 해외 스튜디오에서 개발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외국어 지원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관람객이 한국인인 지스타의 한계인 것 같다”며 “게임사들 입장에서도 현재 개발이 현재 진행 중인 게임들을 보통 시연하다 보니 번역 절차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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