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 플랜트.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왼쪽부터)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 플랜트.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의 새 수장에 오른 ‘엔지니어 출신’ 김동명 사장이 취임부터 ‘정면승부’를 내걸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점유율을 위협하고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던 북미 시장에서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제는 실적과 생산 능력 등 양적 성장이 아닌 연구개발(R&D) 위주의 질적 성장 위주로 전략이 재편될 것으로 풀이된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통해 한층 진보된 상품성으로 승부를 봐야 할 시기라는 진단이다.

1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최근 취임사를 통해 "지난 3년이 양적 성장과 사업의 기반을 다진 엔솔 1.0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며 "이를 통해 진정한 질적 성장을 이루는 엔솔 2.0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품과 품질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며 “리튬황, 전고체 등 다양한 미래 기술 개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신규 수익 모델도 적극적으로 발굴하자"고 절적성장의 방안을 설명했다.

김 사장이 질적 성장을 전면적으로 앞세운 첫번째 배경에는 둔화되고 있는 배터리 시장 성장세와 함께 CATL과 BYD 등 중국 기업들의 선전에 따른 경계심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는 36.9%로 CATL이 차지했고 15.8%로 BYD가 뒤를 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13.8%로 3위를 기록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월부터 10월 누적 점유율 27.7%를 기록해 1위를 기록했지만, CATL도 점유율 27.6%를 보이며 맹추격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대비 점유율이 1.1%포인트 하락했지만 CATL은 5.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연구개발 비용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CATL의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누적 R&D 비용은 149억위안(약 2조6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7% 늘렸다.

이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의 R&D 비용은 같은 기간 7304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6340억원과 대비해 15.2% 증가했지만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은 4.5%에서 2.8%로 오히려 내려갔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LG에너지솔루션이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양적 성장을 이뤄낸 것에 비해 질적 성장에 대한 준비와 투자는 조금 소극적인 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며 “R&D 비용 자체가 중국 업체들과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는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주요 경과. 사진=한국무역협회 보고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주요 경과. 사진=한국무역협회 보고서

◆ IRA FEOC로 북미 내에서도 中과 경쟁 가능성… 내년 美 대선 결과도 변수

우위를 점하고 있던 북미 시장에서도 부담이 커졌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해외우려국(FEOC) 규정이 발표되며 중국 기업이 미국 본토에 우회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FEOC 규정은 중국과 연관된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해외우려국에서 설립 또는 소재하거나 주요 사업장을 두고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따라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글로벌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지분율 25%를 넘지 않는 선에서 북미 지역에 우회적으로 사업장을 건설할 수 있다.

지분율 25% 제한을 감수한다면 앞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 완성차 업체와 합작회사의 형태로 미국 내에 생산 공장을 짓고 현지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CATL과 미국 완성차기업 포드는 지분은 포드가 100% 소유하고 CATL은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합작공장을 짓기로 지난 2월 합의한 바 있다. 지분을 포기하고 합작공장의 경영권을 가질 수 없더라도 북미 진출을 선택하려는 의지는 이 선례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앞으로 북미 시장 내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IRA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북미에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등 투자를 적극적으로 집행했던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즉, 북미 시장에서도 지정학적 요소가 아닌 순수 기술력과 상품력으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셈이다.

내년으로 다가온 미국의 대선도 변수다. 여전히 유력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폐지’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힘을 주고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친화 정책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3분기 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은 2155억원이었다. 지난 1분기 1003억원, 2분기 1109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AMPC는 미국 내에서 생산, 판매한 배터리의 셀, 모듈에 일정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이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호실적의 1등 공신이기도 하다.

만약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IRA 등 전기차 지원 정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IRA마저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면 AMPC 혜택도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순수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상황이 도래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업계 모두 대선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면서도 “IRA 등 해외 정책 요소와 무관하게 제조 경쟁력으로 내실을 쌓아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여가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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