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KCC오토그룹 부회장. 사진=KCC정보통신 홈페이지
이상현 KCC오토그룹 부회장. 사진=KCC정보통신 홈페이지

KCC오토그룹 오너 일가가 계열사를 통해 사익을 편취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시장 지배력이 높은 중견 집단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엄정히 법을 집행하겠다고 밝히면서 KCC오토그룹 오너 일가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10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상현 KCC오토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지난 3년간 종하아이앤씨를 통해 배당금 9억6750만원을 챙겼다. 배당가능이익으로 분류되는 미처분 이익잉여금도 3월 말 기준 129억900만원 가량 쌓아둔 상태다.

KCC오토그룹은 메르세데스 벤츠, 포르쉐 등 수입차 딜러사인 KCC정보통신그룹에서 인적분할로 쪼개진 회사다. 현재 랜드로버 등 차량을 수입ㆍ판매하고 있다.

종하이앤씨는 건설 계열사로 이상현 부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지분구조를 보면 이상현 부회장이 29.1%로 최대 주주이며 배우자인 한영원씨 9.3%, 두 아들인 이훈준ㆍ훈찬씨가 각각 24.4%, 장녀 이신혜씨가 12.8%를 갖고 있다. 

문제는 종하이앤씨의 그룹사 내부거래다. 종하이앤씨는 KCC오토그룹 수입차 전시장 공사와 리모델링 사업 수주 등으로 내부 거래 비중이 지난해 46.1% 규모에 달했다. 이어 2019년 47,4%였으며, 인적분할 이전인 2017년에는 59.3%까지 차지했다. 

지난해 지프(Jeep) 의정부전시장 마감공사, 지프 안양(서비스·리모델링공사)에서만 25억2800만원의 신규계약액을 기록했다. 해당 전시장들은 KCC오토그룹의 계열사인 KCC네트웍스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KCC오토그룹이 중견기업 집단이 아닌 대기업 집단이었을 경우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총수 일가 사익 편취'에 해당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130억원에 달하는 미처분 이익잉여금도 그룹 승계작업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상현 부회장의 아들 훈찬씨는 2021년 종하이앤씨 사내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언제든 배당이 가능해 경영승계 실탄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상현 부회장은 두 아들과 딸에게 주력회사의 지분을 넘기며 승계 준비를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자녀인 훈찬, 훈준씨는 2021년에 처음으로 재규어랜드로버 딜러사 KCC오토모빌 지분을 각각 10, 8% 소유하며 주요 주주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훈준씨와 장녀 신혜씨가 지분을 각각 2, 10% 확보, 현재 오너 3세 지분은 30%에 이른다. 훈준씨는 2021년부터 그룹에서 매출이 가장 많은 핵심계열사 KCC오토의 지분 6.04%를 보유해 주요주주에 올랐다.

공정위는 연초 업무계획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과 부당 지원 등 내부거래를 집중 감시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엔 오뚜기와 광동제약에 각각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실시하면서 포문을 연 상황이다. 업계는 앞으로 중견기업들의 내부거래 모니터링을 통해 공정위의 조사 범위가 확산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도 “중견기업 집단은 제약, 의류, 식음료 등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 높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시장 지배력이 높은 중견 집단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엄정히 법을 집행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앞서 KCC오토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KCC오토는 지난 7월 국세청으로부터 탈세 의혹으로 세무조사를 받았다. KCC오토가 일부 리스·할부금융업체(캐피탈사)와 허위 용역 계약을 맺고, KCC오토 오너 일가가 주주로 있는 페이퍼컴퍼니인 FMC파트너스로 용역비를 빼돌렸다는 제보를 받은 데 따른 조치였다.

이와 관련 KCC오토그룹 관계자는 "공정위 등 정부부처에서 연락도 오지 않았을뿐더라 조사도 받은 적이 없다"며 "(배당금과 관련해선) 철저하게 법령을 준수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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