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지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KB금융이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그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또 한번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특히 KB금융은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만 1조원 넘게 쌓았는데도 '3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다만 연임 가능성에 적잖은 걸림돌도 있다. 이미 3차례 연임에 성공했고 이번 실적 상승이 윤 회장의 조력자인 3인 부회장의 역할도 있었던 만큼 차기 회장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그의 연임에 반대하는 기류를 내비치면서 후임 구도가 복잡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외부 인사가 낙점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12.2% 증가한 2조99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뱅크 타이틀을 수성했다. 2분기 당기순이익도 1조4991억원으로 1분기(1조4976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뛰어 넘었다.

순이자이익은 5조75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2% 늘었고 은행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10%로 1분기(2.04%)대비 6bp(1bp=0.01%포인트) 올랐다. 

금융지주사의 숙원 과제인 비이자이익은 세자릿 수나 증가했다. 올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2조8978억원으로 전년동기(1조4101억원)대비 무려 105.5% 급증했다. 

금융권에선 KB금융의 이같은 실적 상승은 윤 회장의 리더십이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윤 회장은 평소 온화한 성격이지만 업무와 관련해선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표적인 예가 인수ㆍ합병(M&A)이다. 그는 KB금융 회장에 취임한 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KB금융 몸짓을 키웠다.

윤 회장이 취임하기 전만 하더라도 KB금융은 금융사 인수에 연이어 실패해 규모를 키운데 애를 먹었다. 그 결과 리딩뱅크 자리를 신한금융에 빼앗기기도 했다. 

특히 외환은행(현 하나은행)과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인수 실패는 지금도 KB금융 입장에선 뼈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한 금융권 인사는 "KB금융은 금융권 M&A 시장에서 몸값만 높이는 등 들러리만 섰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회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평소 온화하고 조용한 성향이어서 M&A도 비적극적으로 나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취임 후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줬다"면서 "KB금융이 현재의 규모를 갖추게 된 것은 윤 회장 리더십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올 상반기 KB금융 실적을 견인한 계열사는 명실공히 보험사"라며 "이는LIG손보와 푸르덴셜생명을 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실적과 외형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음에도 그의 연임은 사실상 불투명하다. 가장 먼저 3연임이라는 '최장수 연임'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2014년 KB국민은행장에 올랐고 2014년부터 현재까지 KB금융 회장을 맡고 있다. KB금융 회장을 맡은 게 올해로 9년째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 10년 이상 집권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3연임이 유력한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 갑작스럽게 용퇴한 것도 금융당국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역시 금융당국 압박에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포스트 KB금융 회장으로는 자연스럽게 양종희ㆍ이동철ㆍ허인 등 KB금융 부회장 3인방에 쏠린다. 

2020년 가장 먼저 부회장 자리에 오른 양종희 부회장은 KB손해보험을 KB국민은행 다음의 우량 자회사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손해보험은 올해 상반기 5252억원의 실적을 냈다. 이동철 부회장은 윤 회장에 이어 전략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사업 전략에 밝하 현대증권 인수 작업을 주도했다. 허인 부회장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그룹 시너지 창출에 집중할 때 핵심 자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다른 부회장과 달리 KB금융의 가장 큰 계열사인 KB국민은행장을 역임했다. 그가 KB국민은행 수장을 맡은 2017년 11월부터 4년간 단 한번도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재임 당시 주요 은행들이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에 시달릴 때도 얽히지 않고 정도경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변수도 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외부 인사가 차기 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주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는데 내외부 후보 각 10명씩 총 20명을 롱리스트에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부 인사는 아직 구체적인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현 정부와 가까운 깜짝 외부 인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한편 회추위는 내달 8일 회의를 거쳐 1차 숏리스트 6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같은 달 29일엔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 심사를 거쳐 2차 숏리스트 3명으로 압축한다. 이후 9월 8일 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2차 인터뷰를 통한 심층 평가를 진행하고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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