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돈잔치'를 언급하자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금융권에선 관치 금융 아니냐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KB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대 0.35%포인트, KB주택전세자금대출·KB전세금안심대출·KB플러스전세자금대출의 금리는 최대 0.55%포인트 인하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를 최대 0.70%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는 모두 4%대(연 4.286%·4.547%)로 내려앉았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최대 한도도 각 기존 2억5000만원, 2억원에서 3억원, 2억4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실질 금리를 낮췄다. 은행은 지표금리(코픽스·금융채 등)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는 뺀 값을 각 대출자에게 최종 금리로서 적용한다.

가산금리는 각종 비용과 마진 등을 고려해 은행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데 KB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는 가산금리를 스스로 낮췄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번에 거래실적 등과 관계없이 우대금리를 적용해 주택담보대출 신잔액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를 0.45%포인트,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금리를 0.20%포인트 깎았다.

그 결과 신잔액코픽스 6개월 변동금리는 5.91∼6.71에서 5.46∼6.26%로, 5년 변동금리는 5.24∼6.24%에서 5.04∼6.04%로 낮아졌다.

이처럼 은행들이 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판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3일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사실상 대출금리를 스스로 낮추라는 뜻이다.

정치권에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가산금리 등은 은행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금리인데 정부가 관여해 낮추라는 것은 관치금융이라는 게 비판의 요지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자는 돈에 값을 붙이는 것으로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는데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같은당 김한규 의원도 "기본적으로 대통령 한마디에 자본주의에 위배되는 행동이 이뤄지는 것 같다"며 "정책적 측면에서 금융위가 관여할 부분이 있지만 이렇게 개별적인 은행의 영업행위에 대해서 관여하는 것은 금융위가 해야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측 가능성을 주고 시장이 어떻게 움직여야 될 지를 보여줘야 주주들도 예측을 하고 준비를 하는데, 자유시장 경제라는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관치금융으로 유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는 시장금리에 따라 각 은행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고유권한"이라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되레 시장에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은 이익이 늘어도 욕을 먹고, 줄어도 욕을 먹는 모호한 업종"이라며 "이는 그만큼 금융당국 등 정부가 개입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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