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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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이템 확률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안(게임산업법) 시행 전후로 여러 게임에서 확률 조작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게임사 측은 공지 미비, 기술적 오류 등을 원인으로 꼽으며 실수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은 의도적인 조작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공정위도 제소에 따라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 향후 판단이 주목된다.

특히 게임산업법 시행 이후 확률 표기 오류를 정정한 위메이드 '나이트크로우'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 위메이드의 자진 수정에 따라 법적인 처벌은 피해 갈 전망이지만 전문가들은 공정위에서 과징금 등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나이트크로우' 확률 표기 오류 정정 공지사항 내용 중 일부. 사진='나이트크로우' 홈페이지 캡처
'나이트크로우' 확률 표기 오류 정정 공지사항 내용 중 일부. 사진='나이트크로우' 홈페이지 캡처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가 서비스 중인 나이트크로우는 지난달 29일 공지사항을 통해 확률형 상품의 확률 표기 오류에 대해 알렸다.

운영진은 그동안 공식 웹사이트의 게임 가이드와 공지 사항을 통해서만 제공되던 확률 정보를 게임 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지난달 21일 게임 내에 확률 정보를 추가했으며 이 과정에서 특정 확률형 아이템 1종에 대한 웹사이트 내 확률 정보가 해당 아이템의 게임 내 실제 확률과 차이가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내용은 '조화의 찬란한 원소 추출'이다. 공개된 표에 따르면 낮은 등급의 '고급'아이템은 표기된 확률(18.39604%)보다 실제로 나올 확률(19.14%)이 더 높으며 반대로 가장 높은 등급의 '전설' 아이템은 안내된 확률(0.00396%)보다 실제로 나올 확률(0.002%)이 더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영웅 등급의 아이템의 경우 기존에 안내된 획득 확률은 0.2%였지만 실제 획득 확률은 0.064%로 3분의 1가량 크게 낮았다.

운영진은 이번 사례는 웹사이트에 확률 정보를 등록할 시 일어난 실수로 인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웹사이트에서 잘못 안내되었던 해당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실제 게임 내 적용된 확률 정보로 정정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게임산업법 시행일인 지난달 22일 이후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이다. 이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를 위반한 행위다.

이용자들은 이에 크게 반발해 공정위에 조사 요청을 진행했으며 공정위는 지난 2월 신설된 중점조사팀에서 이에 관해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뮤 아크엔젤' 확률 표기 오류 정정 공지사항 내용 중 일부. 사진='뮤 아크엔젤' 홈페이지 캡처
'뮤 아크엔젤' 확률 표기 오류 정정 공지사항 내용 중 일부. 사진='뮤 아크엔젤' 홈페이지 캡처

웹젠이 서비스하는 '뮤 아크엔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일부 아이템의 경우 뽑기를 일정 횟수 이상 시행하지 않으면 아예 아이템을 획득할 수 없는 '바닥' 시스템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면 '레전드 장신구 세트석 패키지(401레벨 이상)' 아이템의 경우 기존에는 0.25%의 확률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고 표기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뽑기를 149회 실행할 때 까지는 아이템의 획득 확률이 0%로 설정되어 있던 점이 밝혀졌다.

뮤 아크엔젤 운영진은 지난달 21일 공지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지 강화 노력의 연장선으로 확률정보를 더욱 투명하고 직관적으로 안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전반적인 전수조사를 진행했다"며 "검수를 진행하던 중 확률표기가 실제 게임 내 확률과 상이한 오류를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확률 표기 오류 정정 공지사항 내용 중 일부. 사진='라그나로크 온라인' 홈페이지 캡처
'라그나로크 온라인' 확률 표기 오류 정정 공지사항 내용 중 일부. 사진='라그나로크 온라인' 홈페이지 캡처

◆ '게임산업법' 위반?... 형사 처벌보다는 과징금 부과 가능성↑

지난 20일에는 그라비티가 서비스 중인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도 논란이 일어났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운영진은 판매 중인 유료 아이템에 대한 전수 검사 결과 일부 아이템이 게임 내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발견해 이를 수정했다고 공지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100종 이상의 아이템의 실제 획득 확률이 표기된 확률보다 낮은 것이 발견됐다. '마이스터 스톤', '리로드 스톤', 등 아이템의 경우 획득 확률은 0.8%로 표기됐으나 실제 획득 확률은 0.1%에 불과했다.

운영진은 지난 26일 온라인 방송을 통해 이번 오류는 QA팀, 운영팀, 사업팀 등 내부 부서에서 교차 검증을 거치며 작업하는 과정에서 오기입과 자료 누락으로 일부 아이템의 확률이 전달되지 못해 이와 같은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뮤 아크엔젤과 라그나로크 온라인 사례 모두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잘못된 확률 공개로 인한 이용자들의 피해와 의도적으로 확률을 조작했는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 넥슨코리아에 '메이플스토리' 내 아이템 표기 오류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상 역대 최대 규모인 116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철우 변호사(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는 "위메이드의 확률 표기 오류는 법 시행 이후에 진행된 것으로 법 위반 소지가 분명하다"면서도 "게임산업법이 확률을 거짓으로 공시한 것 자체가 아닌 시정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처벌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세 게임사가 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게임사들은 실수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해당 실수가 게임사들 입장에서 손해를 끼치는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간 알고도 방치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정위가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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