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지난 2월 27일 분당캠퍼스에서 열린 'The 소통'에서 경영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지난 2월 27일 분당캠퍼스에서 열린 'The 소통'에서 경영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고대역폭메모리(HBM) 선두기업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기대치 이상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적인 AI 열풍 속에서 HBM에 빠르게 집중했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해 실적 회복을 견인했던 HBM 제품 비중을 올해에는 두 자릿수로 확대해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DB금융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1분기 매출 12조3000억원, 영업이익 2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KB증권은 매출 12조2000억원, 영업이익 2조1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SK하이닉스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대였다.

실적 호조는 D램 부문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 대비 15% 상승한 것이 주효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공급 축소 속 업황 가격 저점을 인식한 고객사들의 구매 수요가 늘어나며 영업이익이 늘어났다는 평가다.

특히 AI 반도체라 불리는 HBM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CSP)들의 강력한 수요에 기반해 판매 호조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대역폭 메모리다. 반도체에서 대역폭은 데이터가 오고 가는 통로를 뜻한다. HBM은 현재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넓은 대역폭을 지닌 메모리 반도체로 현존하는 메모리 종류 중 데이터를 가장 빠르게 처리하고 전송할 수 있다.

특히 '챗GPT' 등 AI 서비스 종류가 다양해지고 관심이 커지면서 더 각광받고 있다. AI 서비스를 원활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가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연산을 동시에 빠르게 수행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 1위 자리를 점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3%다. 삼성전자는 38%이며 마이크론은 9%다.

지난달 세계 최초로 양산한 5세대 'HBM3E' 제품.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지난달 세계 최초로 양산한 5세대 'HBM3E' 제품. 사진=SK하이닉스 제공

◆ 5세대 'HBM3E' 세계 최초 양산… 곽노정 "올해 HBM 필두로 수익 극대화"

지난달에는 5세대 HBM인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에 납품된다. 앞서 마이크론이 지난 2월 올해 2분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H200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될 HBM3E(24GB 8단)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납품을 위한 대량 양산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은 초당 최대 1.18TB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는 풀HD급 영화(5GB) 230편 분량이 넘는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양산에 힘 입어 HBM 시장 주도권을 굳힌다는 계획이다.

곽 사장은 지난달 27일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투자를 축소하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을 진행했지만 AI 메모리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해 업계 선두의 경쟁력을 가진 제품의 판매를 확대했다"며 "이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쟁사 대비 빠른 실적 회복세를 나타내며 4분기 전사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D램 판매량 중 AI 제품의 비중은 한 자릿수였지만 올해는 HBM 판매 비트 수가 두 자릿수로 올라와 수익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HBM의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신증권이 예측한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매출은 59조3000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3조500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81% 증가하며 영업이익은 지난해 영업손실 7조7303원 대비 흑자 전환한 수치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올해에도 HBM 선두 주자로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 HBM 매출은 13조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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