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분쟁. 거창한 용어처럼 들리지만 모든 분쟁의 시작에는 계약서와 약관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계약서 또는 약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용어 해석이 모호해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를 제대로 알면 합리적 거래가 가능합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민원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권익을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깨알 같이 작은 글씨로 수십, 수백여장에 달하는 계약서와 약관을 소비자가 모두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뉴스w는 소비자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언론의 순기능 역할을 위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계약서와 약관을 쉽게 풀어 전달하겠습니다. 계약서 내용과 관련하여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전문 기자들이 다각도로 취재해 명쾌한 해답을 드리겠습니다. 컨트랙W는 'Contract knoW' 영문의 준말로 계약서를 알다 혹은 깨닫다는 뜻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자전거 운전 중 상대 자전거와 충돌해 다리를 다쳤는데 종합병원에서는 자전거 운전도 교통사고라며 국민건강보험으로 치료가 어렵다고 합니다. 맞는 말인가요?

# 오토바이 운전 중 단독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종합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교통사고라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을 수 없고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 가해차량이 책임보험(대인배상I)만 가입해 보상한도가 초과했는데 교통사고라 건강보험으로 치료가 안된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가요?

손해사정사들은 실무 과정에서 접하는 상담 중 상당수가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관련된 질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통상적으로 가해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는 경우라면 피해자는 대인배상Ⅰ·Ⅱ로 치료가 가능하다. 설령 피해자의 과실이 많다 하더라도 자동차보험약관에서는 치료비 100%를 보상하고 있어 가해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라면 피해자는 굳이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

다만 ▲가해차량이 책임보험(대인배상Ⅰ)만 가입한 경우 ▲가해차량이 무보험 또는 뺑소니 사고인 경우 ▲본인의 100% 과실사고이거나 단독사고인 경우 ▲자전거 운전 중 발생한 사고 등의 경우는 자동차보험의 보상한도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자동차보험에서 전혀 보상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에 고통사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으로 치료가 가능한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말 건강보험으로 치료가 불가능할까?

◆건강보험 제한 사유 어디까지?

국민건강보험법은 제 1조에서 법의 목적을, 제 53조에서 보험급여 즉 요양급여(치료비) 제한 사유를 나열하고 있다. 여기에는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해 별도의 건강보험급여 제한 규정은 없다.

다만 제 1항1호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교통사고와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범죄행위'에 대해 교통사고가 포함되는지의 법리해석을 두고 갑론을박이 거셌지만 우리 법원은 교통사고도 범죄행위에 포함된다고 판시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된 상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만을 급여제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교통사고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 여부에 따라 보험급여를 제한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손해사정 실무에서는 '중대한 과실'의 의미를 통상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운전자의 12대 중과실(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 정도로 적용하고 있다.

결국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교통사고 환자라고 해서 치료비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지만, 실무에서는 운전자의 12대 중과실에 해당될 경우 급여를 제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이는 12대 중과실에 해당되는 않는 보행자, 탑승자, 일반과실 운전자 등의 교통사고 환자들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에 따라 모두 치료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건강보험 접수를 거절한다면?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 교통사고인데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건강보험 접수를 거절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통해 병원의 요양급여 절차 및 신청, 급여의 제한여부 조회 등 요양급여에 관한 과정을 법으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건강보험요양급여규칙 제 4조 1항을 보면 '요양기관은 가입자 등이 법 제 53조 1·2항, 또는 제 58조 2항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요양급여를 실시하되, 지체없이 별지 제 2호 서식에 의한 급여제한여부조회서에 의해 공단에 급여제한 여부를 조회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병원은 환자의 사고원인이 교통사고, 폭행사고, 재해사고, 업무상 재해사고 등 급여의 제한사유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병원이 스스로 이를 판단해 제한하지 말고 보험가입자 등이 보험접수를 요청할 경우 일단 요양급여를 실시해야 한다.

따라서 병원은 임의로 건강보험 접수를 거절할 수 없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교통사고 피해자가 건강보험 접수를 요청할 경우 무조건 요양급여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 아울러 지체없이 '급여제한여부조회서'를 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해당 조회서를 받은 공단은 7일(공휴일 제외) 이내에 급여제한 여부를 결정한 후 병원과 신청인에 결정통보서를 회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백주민 손해사정사는 "교통사고 환자라 하더라도 건강보험공단에 급여제한여부조회서를 제출하면 통상 운전자의 12대 중과실 사고를 제외하고 모두 건강보험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12대 중과실 사고 역시 무조건 치료가 거절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백주민 손해사정사의 교통사고 치료 팁]

Q 건강보험 급여제한 사유는 '중대한 과실'이라고 하는데 12대 중과실 모두 이 범위에 포함되는 건가요?

A 대법원에서는 '중대한 과실'이라는 요건을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조차 해석이 애매해 서울행정법원에서 좀더 친절하게 세가지로 설명해주고 있죠.

첫째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고(범죄) 발생을 막을 수 있는데도 현저히 주의를 태만히 해 이를 방지하지 못한 경우, 즉 고의에 가까운 경우를 말합니다.

두번째는 보험가입자의 행위가 사실상 보험사고를 유발한 것과 다름없이 평가받을 정도로 비난 가능성이 큰 경우이고, 세번째는 이로 인한 치료가 국민건강보험의 공공성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입니다.

이를 교통사고에 대입해 보면, 신호위반과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 등 운전자의 12대 중과실 모두를 '중대한 과실'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12대 중과실이라 하더라도 '중대한 과실'의 의미를 법원의 기준으로 좀 더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보헙급여를 제한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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