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분쟁. 거창한 용어처럼 들리지만 모든 분쟁의 시작에는 계약서와 약관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계약서 또는 약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용어 해석이 모호해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를 제대로 알면 합리적 거래가 가능합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민원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권익을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깨알 같이 작은 글씨로 수십, 수백여장에 달하는 계약서와 약관을 소비자가 모두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뉴스w는 소비자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언론의 순기능 역할을 위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계약서와 약관을 쉽게 풀어 전달하겠습니다. 계약서 내용과 관련하여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전문 기자들이 다각도로 취재해 명쾌한 해답을 드리겠습니다. 컨트랙W는 'Contract knoW' 영문의 준말로 계약서를 알다 혹은 깨닫다는 뜻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지난주 토요일 온라인 여행사에서 항공권을 구매했는데 갑자기 급한 일정이 생각나 곧바로 취소 버튼을 눌렀습니다. 항공사는 구매 후 24시간 이내 취소하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떠올라 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여행사에서는 영업일엔 취소 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주말에 예약하면 취소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월요일이 되어서야 취소가 가능했고 억울하게 항공권 취소 수수료를 물어야 했습니다. 이건 여행사의 꼼수 영업 아닌가요?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권 피해구제 신청 사례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권 피해구제 신청 1960건 가운데 67.7%가 여행사를 통해 구매한 항공권 피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온라인으로 항공권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중심으로 위와 같은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프레미아 등 대부분의 국내 항공사들은 항공권 구입 후 24시간 이내 취소하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을 진행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다수 여행사들이 주말과 공휴일, 평일 오후 5시 이후 등 영업시간 외에는 국제선 항공권 구매취소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아서다. 발권 업무만 하고 환불 업무는 진행하지 않는다. 만약 금요일 오후 5시 이후나 토요일에 항공권을 여행사에서 예약했다면 즉시 취소 신청을 하더라도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정부도 이같은 피해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여행사를 상대로 시정 조치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반쪽짜리 시정에 불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여행사 이 같은 조항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시정조치 대상은 노랑풍선, 마이리얼트립, 모두투어네트워크, 온라인투어, 인터파크트리플, 참좋은여행, 타이드스퀘어, 하나투어 총 8개 여행사에 불과하다. 또 시정조치 이행기간도 오는 6월 30일까지로 현재까지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주말 항공권 취소가 어렵다는 사실을 각 여행사들이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면서 "배너나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의 몫이 된다"고 꼬집었다.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권 환불 규정 일부. 사진=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권 환불 규정 일부. 사진=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캡처

◆ 24시간 내 취소 시 수수료 면제, 항공사별로 세부 정책 '천차만별'

그렇다면 항공사 공식 웹사이트와 앱을 이용한 항공권 구매는 어떨까. 여행 일정 등에 따라 각 항공사마다 정책이 상이하므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아시아나항공과 하와이안항공, 에티하드항공, ANA항공은 출발이 7일 이상 남은 항공권만 대상으로 24시간 내 취소 접수 시 환불 위약금이 면제된다.

베트남항공의 경우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권에 대해서만 수수료가 면제된다.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뉴질랜드항공 등 몇몇 항공사는 최초 판매가 아닌 재발행한 항공권에 대해서는 24시간 내 취소하더라도 수수료를 부과한다.

진에어의 경우 국제선 항공권의 경우 구입 이후 24시간 내 별도의 수수료 없이 취소가 가능하지만 국내선의 경우 구입 당일 자정까지로 기한을 정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오후 11시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제주공항으로 도착하는 항공권을 예약했다면 1시간 뒤 날짜가 지난 후부터는 그 즉시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외에도 단체 할인을 적용받은 항공권, 이용자가 예약 당일 수속 시간에 늦거나 공항에 도착하지 않은 ‘노 쇼(No Show)’ 상황일 경우 대부분의 항공사가 구입 후 24시간 내로 취소를 하더라도 수수료를 부과한다.

해외 온라인여행사(OTA)를 이용해 항공권을 구입한 경우엔 환불 조건을 더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국내에 지사 등 사무소가 없는 OTA의 경우 항공사 약관과 별개로 '환불 불가'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많다. 국내 온라인여행사에 적용되는 부당행위 처벌, 보험가입, 총액표시제도 등을 적용해 정부가 제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더라도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적다.

특히 체코에 본사를 둔 '키위닷컴'의 경우 항공권 환불 금액을 현금이 아닌 당사 상품에만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디트'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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