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시그니쳐타워 전경. 사진=김상원 기자
금호석유화학 시그니쳐타워 전경. 사진=김상원 기자

세번째 '조카의 난'으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 측이 압승을 거뒀다.

박철완 전 상무 측과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이 연대해 제시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22일 금호석유화학은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제4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변경의 건, 자기주식 소각, 사내외이사 선임, 임원 보수한도 등 총 8가지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오전 9시 개최로 예정돼 있었지만 위임장 확인 등으로 지연돼 오전 10시 10분경 시작됐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 중 약 73.4%가 출석해 주주총회 개최요건을 채웠다.

앞서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는 주식 10.88%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로서 차파트너스에 주주 권한을 위임하고 자사주 전량 소각을 요구했다.

지난 2021년부터 박 전 상무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내이사 선임, 이익 배당 등 현안에 대해 회사 측과 이견을 보여왔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의 제47기 정기 주주총회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의 제47기 정기 주주총회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정관변경과 자사주 소각,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에서 표 대결이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차파트너스는 ▲이사회를 제외하고 주주총회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할 것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 524만8834주 중 50%는 올해 연말까지, 나머지는 내년 말까지 소각할 것 ▲김경호 현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할 것 등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회사 측은 이사회를 통한 자사주 처분, 소각 결의를 정관에 명시하는 안건을 내놨다. 상법상 자사주 처분과 소각에 대한 원칙을 확인하고 주주가치에 부합하게 자사주 소각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차원이다.

또 향후 3년간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의 50%를 분할 소각하고 나머지는 투자 등 자본조달에 사용하기로 했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로는 최도성 한동대 총장을 추천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의 발언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의 발언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투표 결과 주주들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구체적으로 정관 변경 건은 회사 측 74.6%, 주주제안 측 25.6%의 찬성률을 보였으며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건은 회사 측 76.1%, 주주제안 측 23%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주주총회에서 보통주 기준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의 지분 약 10%를 제외할 시 일반주주의 차파트너스 측 안건 찬성률은 약 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총회 진행 중 회사 측과 차파트너스 사이의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이날 주주총회장에 직접 출석해 "투자 자금을 자사주를 통해 조달하는 방식은 글로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다"며 "차라리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향후 자금이 필요할 때 배정증자 등을 통해 기존 주주들에게도 공평하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최근 미국 내에서 자사주를 통해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논문도 나온다"며 "글로벌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답변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위기를 맞은 석유화학업계의 현 상황에서 오히려 회사 미래 전략 재원을 일거에 소각하는 등 경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주주 제안 내용의 오류가 검증된 것"이라며 "사실상 박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을 대리하는 소모적 행위를 지속하기보다는 불황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모색하는 고민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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