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분쟁. 거창한 용어처럼 들리지만 모든 분쟁의 시작에는 계약서와 약관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계약서 또는 약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용어 해석이 모호해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를 제대로 알면 합리적 거래가 가능합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민원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권익을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깨알 같이 작은 글씨로 수십, 수백여장에 달하는 계약서와 약관을 소비자가 모두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뉴스w는 소비자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언론의 순기능 역할을 위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계약서와 약관을 쉽게 풀어 전달하겠습니다. 계약서 내용과 관련하여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전문 기자들이 다각도로 취재해 명쾌한 해답을 드리겠습니다. 컨트랙W는 'Contract knoW' 영문의 준말로 계약서를 알다 혹은 깨닫다는 뜻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교통사고 후 가해자 측으로부터 형사합의금 3000만원을 받았는데 보험사 측에서는 최종합의금 1억원 가운데 3000만원을 제외하고 7000만원만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가해자 측과는 형사합의고 보험사 측과는 민사합의인데 왜 공제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교통사고 피해 합의시 복잡한 절차 탓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피해자들이 많다. 특히 피해자가 사망했거나 중상해를 입었을 경우, 혹은 가해자의 12대 중과실 사고이거나 무보험(책임보험) 사고 등 사고 유형에 따라 형사합의 효력과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달라지는 만큼 피해자가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 반의사불벌죄 여부 파악

먼저 형사합의의 경우 '반의사불벌죄'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의미한다. 즉 피해자와 가해자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검찰 기소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교통사고의 경우 어떤 경우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할까.

피해자가 사망한 교통사고와 가해자가 12대 중과실 사고일 경우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지만,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었거나 가해자가 책임보험만 가입해 발생한 사고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된다.

따라서 사망사고나 12대 중과실 사고의 경우 형사합의를 하더라도 양형규정에 따라 일부 감형만 가능할 뿐 처벌을 면치 못하게 된다.

교통사고처리법 제267조(과실치사)에 따르면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2대 중과실 사고는 ①신호위반 ②중앙선 침범 ③제한 속도보다 20km 초과해 과속 ④앞지르기 방법, 금지시기, 금지장소 또는 끼어들기의 금지 위반 ⑤철길건널목 통과 방법 위반 ⑥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⑦무면허 운전 ⑧음주운전 ⑨보도 침범 ⑩승객추락 방지의무 위반 ⑪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의무 위반 ⑫자동차 화물 추락 방지 조치 미흡 등이다.

◆ 채권양도서 작성은 필수

교통사고 발생 이후 피해자와 가해자는 형사합의서 및 채권양도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해당 서식 역시 이해하기 쉽지 않다. 특히 채권양도서는 생소하고 어려운 용어로 인해 또다른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불안해 하는 사례가 많다.

그렇다면 형사합의서와 채권양도서는 왜 작성해야 하는걸까. 앞의 사례처럼 채권양도서 없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형사합의금 3000만원을 받은 경우 보험사는 최종 합금의 1억원 가운데 3000만원을 제외하고 7000만원만 지급하게 된다. 

이 경우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와의 합의는 '형사합의'고 보험사와의 합의는 '민사합의'인데 왜 공제하는지 의아할 수 있다. 이는 법원에서 형사합의금의 성격을 민사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추후 가해자가 지급한 3000만원을 청구하면 이를 지급해야하는 의무가 발생하는 탓이다.

또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탁제도에 따라 법원에 공탁금을 예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에도 보험사가 피해자와 민사합의시 법원에 예치된 공탁금을 공제하고 합의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렇다면 형사합의금과 민사합의금을 분리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채권양도서를 작성해 보험사에 통보하면 된다.

채권양도서는 가해자가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피해자에게 양도할테니 피해자에게 민사합의 시 이를 공제하지 마세요'라고 보험사에 통지하는 서식이다.

백주민 손해사정사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와 형사합의시 형사합의서 작성과 함께 채권양도서를 작성해 이를 보험사에 통보해야만 한다"며 "그래야 추후 보험사에 민사합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툼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백주민 손해사정사의 교통사고 형사합의 팁

Q. 교통사고 사망 사고 이후 가해자와 보험사 측에서 형사합의를 종용해 부담이 큽니다. 유가족 입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대응할 방법이 있을까요?

A. 경찰서 조사업무가 어느정도 끝나면 경찰관은 가해자와 유가족들에게 형사합의를 안내합니다. 통상 2주 정도 기간을 주면서 합의할 생각이 있으면 합의서를 제출하라고 하죠. 이처럼 기간을 한정하게 되면 유가족들의 마음도 조급하고 초조해집니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경우 전혀 다급해할 이유가 없습니다. 해당 기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고, 이후 검찰업무 기간동안 충분한 합의기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유가족 입장에서는 급히 합의하기보다는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이후 형사합의를 준비하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현재 검찰에서는 형사조정제도를 통해 형사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돕고 있는데, 유가족들은 해당 제도를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자 측에서 꼭 확인해야할 부분은 가해자 측 운전자보험의 형사합의지원금(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약) 한도입니다. 과거에는 형사합의금 지원금이 최고 3000만원이었지만 최근 최고 1억원까지 증액됐기 때문이죠.

또 가해자가 운전자보험을 두개 이상 가입한 사례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형사합의지원금 보상한도가 두 보험사의 합계만큼 올라가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뉴스w]

저작권자 © 뻔하지 않은 뻔뻔한 뉴스-뉴스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