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분쟁. 거창한 용어처럼 들리지만 모든 분쟁의 시작에는 계약서와 약관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계약서 또는 약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용어 해석이 모호해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를 제대로 알면 합리적 거래가 가능합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민원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권익을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깨알 같이 작은 글씨로 수십, 수백여장에 달하는 계약서와 약관을 소비자가 모두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뉴스w는 소비자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언론의 순기능 역할을 위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계약서와 약관을 쉽게 풀어 전달하겠습니다. 계약서 내용과 관련하여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전문 기자들이 다각도로 취재해 명쾌한 해답을 드리겠습니다. 컨트랙W는 'Contract knoW' 영문의 준말로 계약서를 알다 혹은 깨닫다는 뜻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개정안이 다음달 22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직, 간접적으로 유상 구매할 수 있는 모든 게임 아이템의 확률이 공개된다.

게임사들은 모든 확률형 아이템의 단순 정보뿐만 아니라 단계별로 적용된 개별 확률까지 세세하게 공개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게 됐다.

다만 법 통과부터 지금까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와 돈을 주고 구매하는 '유상성'에 대한 해석이 엇갈려 왔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확률을 공개해야 하는지, 이용자 입장에서는 지금과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률 정보가 바뀌게 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9일 확률 정보공개 방식에 대한 세부적인 해석, 기준을 안내하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를 배포했다. 확률형 아이템 형식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BM)이 매우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해설서는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취하는 BM을 유형에 따라 분석해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설서의 내용을 참고해 앞으로 게임사들의 확률 공개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예상해 보자.

문체부 해설서 내용 중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에 관한 내용 일부. 사진='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 캡처
문체부 해설서 내용 중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에 관한 내용 일부. 사진='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 캡처

문체부가 정의한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물 이용자가 직접적, 간접적으로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아이템 중 구체적 종류, 효과,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이 아이템은 유상으로 구매하는 아이템과 무상으로 얻는 게임아이템을 결합해 얻는 것을 포함한다. 즉 온전히 무상으로 얻은 아이템만 확률 정보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이야기다.

무상으로 얻은 아이템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게임 플레이를 통해 무상으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 무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나 프로모션 등을 통해 얻은 것, 온전히 무상으로만 얻을 수 있는 기본재화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것들로 명시했다.

즉 유료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단 하나라도 존재하는 재화라면 온전히 무상으로 얻을 수 있는 기본재화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넥슨이 서비스하는 '메이플스토리'의 강화 아이템 '큐브'는 확률 조작 논란에 휩싸인 이후 최근 단종됐다. 대신 게임 내 무료 재화 '메소'를 이용해 큐브와 동일한 방식의 강화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경우 확률 공개 의무 대상에서 제외될까.

정답은 '아니오'다. 메소는 메이플스토리의 기본적인 게임 내 재화이긴 하지만 유료 재화 '메이플포인트'를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블리자드가 서비스하는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는 특정 던전을 클리어하면 확률적으로 장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던전 입장은 무료로 가능하지만 유료로 입장권을 소모해 던전을 돌면 장비 등장 확률을 높게 보정해 주는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 경우에도 해당 던전을 클리어할 시 얻을 수 있는 장비에 대한 확률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문체부 해설서 내용 중 '변동 확률'에 관한 확률 공개 예시. 사진='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 캡처
문체부 해설서 내용 중 '변동 확률'에 관한 확률 공개 예시. 사진='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 캡처

문체부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도 크게 세가지로 구분해 정의했다. 구매 또는 사용 시 다른 게임아이템을 제공하는 확률형 아이템인 '캡슐형 아이템', 다른 게임 아이템의 종류와 등급 등을 변화시키는 '강화형 아이템', 아이템과 다른 게임 아이템을 결합해 획득하는 '합성형 아이템'이다.

특히 캡슐형 아이템은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이 적용하는 BM으로 '보물상자', '캐릭터 뽑기' 등이 해당된다. 이는 스포츠 장르 게임의 '선수 뽑기'처럼 종류나 등급 등이 매우 다양해도 예외 없이 확률 공개가 적용된다.

캡슐형 아이템 중 뽑기 시도 횟수에 따라 확률이 바뀌는 '변동 확률'이나 일정 이상 시도하면 확정적으로 아이템을 얻는 '천장'을 도입한 경우 이용자의 시도 횟수에 따른 구간별 성공 확률도 모두 공개된다.

변동 확률을 적용하고도 개별 확률이 아닌 평균적인 획득 확률만 명시해 온 일부 게임사의 행태를 예방하는 조치다.

문체부 해설서 내용 중 '이중 캡슐형 아이템'에 관한 확률 공개 예시. 사진='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 캡처
문체부 해설서 내용 중 '이중 캡슐형 아이템'에 관한 확률 공개 예시. 사진='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 캡처

'이중 캡슐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 고지 예시도 이번 해설서에 명시됐다. 패키지 상품을 구매할 시 또 다른 확률형 아이템이 다량 등장하는 상품에 대한 설명이다.

예를 들어 '상자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고 개봉하면 확률에 따라 차등된 등급을 지니거나 종류가 다른 여러 개의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때 상자 패키지 상품에서 개별 확률형 아이템이 나올 확률들을 모두 각각 명시해야 한다.

또 패키지 상품 구매 후 등장한 확률형 아이템에서 또 별도로 어떤 아이템이 등장할지에 대한 확률도 함께 명시해야 한다.

문체부 해설서 내용 중 '컴플리트 가챠'에 관한 확률 공개 예시. 사진='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 캡처
문체부 해설서 내용 중 '컴플리트 가챠'에 관한 확률 공개 예시. 사진='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 캡처

빙고 판이나 퍼즐 등 조합을 모두 완성해 별도의 보상을 획득하는 '컴플리트 가챠'의 확률 공개 가이드도 정확히 명시됐다.

쉽게 말하자면 재화를 통해 채워야 하는 각각의 빙고 판이 등장할 확률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각각의 빙고 판이 채워질 확률은 '무작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일부 게임사들은 특정 칸이 채워질 확률을 극도로 낮게 설정해 결국 얻을 수 있는 최종 아이템을 획득하기 어렵게 만든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번 문체부의 해설에 컴플리트 가챠 항목도 포함된 것은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문체부 해설서 내용 중 '강화형 아이템'에 관한 확률 공개 예시. 사진='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 캡처
문체부 해설서 내용 중 '강화형 아이템'에 관한 확률 공개 예시. 사진='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 캡처

강화형 아이템도 강화 구간별로 성공과 실패 확률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초 과징금을 부과한 메이플스토리의 큐브처럼 옵션을 변경하는 방식의 경우 각 옵션이 등장할 확률이 몇 %인지, 같은 옵션의 중복이 얼마나 가능한지 모두 명시해야 한다.

(왼쪽부터)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사진=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제공
(왼쪽부터)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사진=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제공

◆ 중소 게임사들 어쩌나… 게임사들 '자업자득' 평가도

업계 예상보다 엄격하게 게임법 개정안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서 게임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아이템 확률 공개에 대한 공정성이 하나의 '시대정신'처럼 인식되는 만큼 이번 조치는 예고된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다"면서도 "수많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를 하나하나 짚어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만큼 예상보다 높은 규제 수위에 매출 타격 우려나 업무 증가에 대한 걱정에 당황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고 말했다.

특히 영세 게임회사의 경우 모든 확률형 아이템의 세부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과정에서 추가 인력 채용에 의한 재무 부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해설서에서는 3년 간 연평균 매출액이 1억원 이하인 게임사가 서비스하는 게임은 의무에서 제외된다고 표기했지만 기준을 넘는다고 해도 인력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들의 경우 운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수많은 논란을 자초한 게임사의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다빈치가상대학장은 "예상보다 법 해석이 촘촘하게 적용돼 중소 게임 개발사들의 타격이 우려된다"면서도 "대기업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 BM을 이용한 꼼수와 소비자 기망 행위를 통한 매출 신장 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처사다"고 지적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변호사는 "아이템이 등장할 확률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합의는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규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며 "적용 범위를 좁게 설정한 후 이를 확대하면 매번 거센 반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잠재적인 피해를 입는 소비자도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법 시행은 게임 이용자들도 소비자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명확해지고 그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게끔 하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며 "업계 관계자 모두 이번 정보 공개 제도가 안착하는데 주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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