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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의 동선…
세계 기업인들과 교류 삼성의 활로를 찾는다
[86호] 2014년 11월 06일 (목) 이철영 대기자 webmaster@newsw.co.kr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최근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있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승계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최근 삼성화재 주식을 매입하며 최대주주가 되었고 세계 굴지의 기업인들과 교류하며 삼성의 활로를 찾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동선에 재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16개월 만에 다시 만나 두 회사 간 사업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10월 동안 삼성전자와 관련된 전 영역을 직접 챙기고 있다. 10월 1일에는 베트남 최고지도자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이 직접 삼성전자빌딩을 찾아 이 부회장과 호찌민 인근 대규모 가전공장 건립에 합의했었다. 삼성전자가 6000억원을 들여 짓는 이 공장은 TV 중심의 복합 소비자가전 생산기지로 곡면(커브드)TV 등 주요 가전제품의 범 아시아권 공급기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어 지난달 6일에는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경기도 평택으로 내려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함께 15조6000억원 규모의 평택 고덕산업단지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협약식을 가졌고 이 부회장은 직접 전국의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각 사업장을 돌며 경영 현안을 보고받고 있다. 삼성전자 협력사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직접 사업장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며 “실무진과 사업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재탄생 위해 글로벌 리더 속속 만나
한편 지난달 15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머니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과 함께 인천항에 있는 ‘더 월드’ 크루즈선을 찾아 호주 최고 부자인 지나 라인하트 회장을 만났다. 그녀는 세계 최대 철광석 광산인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의 최대 주주인 핸콕 프로스펙팅 그룹의 회장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3월 로이힐 프로젝트에 대한 인프라 건설공사를 56억 호주달러(약 6조5000억원)에 수주했다. 광산에서 채굴된 철광석을 수출하기 위한 플랜트와 철도, 항만 등을 조성하는 공사다. 포스코가 로이힐 프로젝트 지분 12.5%를 갖고 있기 때문에 포스코건설이 공사를 따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삼성물산이 따낸 것이다.

이 부회장 일행과 라인하트 회장은 이날 이 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전자의 최근 경영실적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년 여간 삼성을 이끌어 온 스마트폰이 중국 등 후발주자의 성장으로 ‘물량 공세’가 한계에 도달하면서 일각에서는 비관론이 대두됐다.
특히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4년 전 경영복귀와 함께 내세웠던 “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만 보고 가자”는 선제적 경영전략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 삼성전자 임원은 “삼성을 지탱해온 힘 중 하나는 ‘강력한 오너십‘이었다. 최근 이 부회장의 행보는 이 회장 부재로 삼성 전반에 불거졌던 우려들을 이 부회장이 직접 씻어내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B2B(기업 간 거래)에 집중하는 삼성
사업적 측면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B2B에 높은 관심과 독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품질관리, 디자인 혁신, 마케팅 역량 등으로 B2C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던 부친 이건희 회장이 걸어온 길과는 다소 이질적이다.

삼성의 글로벌 입지와 경영 환경이 달라진 만큼 새로운 삼성의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배어 있다. 이 부회장은 B2B 인재 영입, B2B 기업과의 교류 및 관련 기업 인수ㆍ합병은 물론 외국 정치권 유력인사와의 교분을 넓히고 외교관 출신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 B2B 전문인력 영입을 지시했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주요 헤드헌터에 상무 이상 임원급으로 스카우트할 만한 B2B 전문인력 물색을 주문한 상태다. 일부 헤드헌터사는 B2B 전문인력 리스트를 만들어 삼성전자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B2B에 전문성을 갖춘 기업을 M&A하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

지난 8월 미국 시스템에어컨 전문 B2B 업체인 콰이어트사이드를 2400만 달러에 인수한 게 그 시작이다. 삼성은 또 전ㆍ현직 외교관 영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삼성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은 외교관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들어 이규형 전 주중국 대사를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으로, 하찬호 전 주베트남 대사를 삼성 베트남 복합단지 고문으로, 김순태 전 주니카라과 대사를 삼성전자 중남미총괄 대외협력담당 고문으로 영입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김원경 삼성전자 워싱턴 사무소장은 주미 한국대사관 경제참사관 출신, 권계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전무는 네덜란드 대사관 출신, 김도현 삼성전자 글로벌협력실 상무도 외교관 출신이다.

경영승계 알리는 신호탄일까
최근 가장 큰 관심은 부친 이건희 회장의 공백과 앞으로 삼성을 이끌 유력한 인물인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분확보에 나서면서 삼성이 드디어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 측이 삼성생명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인 이 부회장의 지분 인수에 대해 보고서와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14일 상장을 앞둔 삼성SDS와 연내 상장 예정인 제일모직을 통해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계열사 간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재용 체제 만들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삼성SDS 상장은 이 부회장 등 삼성 3세들에게 막대한 현금다발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의 지분을 11.25% 갖고 있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각각 3.90%를 보유 중이다.
삼성SDS는 현재 장외 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면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약 3조1,300억원에 이른다. 삼성SDS의 목표주가로 50만원을 제시한 만큼 상장 후에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
만약 이 부회장이 지분을 처분할 경우 매각 자금은 이건희 회장의 재산과 지분을 물려받는 데 드는 상속세나 다른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삼성그룹 중, 제일모직의 상장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짜는 데 첫 번째 핵심 작업으로 꼽힌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삼성생명 지분 20.76%를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한 것과 달리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57%에 불과해 지배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력한 방법이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눈 뒤 지주회사를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제일모직 지분 25.10%를 보유한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상속분까지 합쳐 새로운 합병회사의 지분을 10% 이상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장 삼성 측은 삼성전자나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전환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최대주주 이어받기 위한 사전 포석?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 구도는 2000년 이전엔 삼성생명→ 삼성투자신탁증권→ 삼성생명투자신탁운용 등 순이었다. 당시엔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큰 손이 투자신탁회사여서, 증권사와 운용사가 모두 투자신탁업무를 겸하던 시기다.
따라서 삼성그룹의 금융투자 계열도 삼성투자신탁증권이 삼성생명투자신탁운용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 자회사로 거느리는 구조를 갖췄다. 이후 삼성그룹은 해외 선진금융 배우기 등의 바람을 타고 JP모건과 합작해 삼성JP모건투신운용을 만들어 6개월간 거느렸다. 삼성증권이 삼성투자신탁운용의 지분 37%를 보유하는 구조다.

그러던 중, 이 부회장이 1999년 초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등 은행들이 보유하던 삼성투자신탁운용의 지분 중 7.7%를 인수하게 되었고 이후 삼성그룹의 자산운용 계열사는 1999년 12월 삼성생명투신운용이 삼성투신운용을 흡수 합병하고 2000년 3월 상호를 삼성투신운용으로 변경한 뒤 지금의 삼성자산운용으로 변화했다.
최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올해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의 지분을 100% 취득할 때 이 부회장도 보유하던 삼성자산운용 지분 7.7%를 삼성생명에 넘겨 252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 부회장이 삼성자산운용 지분 매각 대금 252억원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0.1%씩 취득하려고 금융당국에 승인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당시 취득한 운용사의 지분이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소수 지분 매입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현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 지분 20.76%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 관계인으로는 제일모직이 19.34%의 지분율로 2대 주주이며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2.18%) 등이 올라 있다. 삼성화재 지분은 삼성생명이 14.98%, 삼성문화재단 3.06%, 삼성복지재단 0.36%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18.41%를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경우 그룹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 지분취득 또한 쉽지 않기 때문에 상속 등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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