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금융라떼'는 2000년대 전후 국내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흐름을 키워드 중심으로 알기쉽게 정리해주는 섹션입니다. 금융시장의 흐름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관련업종 취업을 계획 중인 독자들에게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우리 주변에 쉽게 접하는 은행 등에 대한 과거사를 알고 거래한다면 나름 쏠쏠한 재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섹션의 특성 상 다소 '꼰대'스런 표현이 있더라도 양해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지금이야 옛말이 됐지만 2000년대 초반 '금융계의 삼성'이라 불리는 금융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신한금융지주의 신한은행이죠.

'글로벌'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이라면 더할나위 없었겠지만, '물샐 틈 없는' 조직관리 시스템이 삼성그룹을 닮았다는 의미에서 나온 수식어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신한은행은 지리적(태평로)으로도 삼성그룹 계열사(삼성생명)를 이웃으로 두고 있었네요.

당시만 해도 삼성은 이른바 '관리의 삼성'으로 불릴 정도로 단단한 조직관리 능력을 자랑했습니다. 이런 수식어에는 재계 유일의 무(無)노조 조직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많은 금융사 가운데 왜 유독 신한금융그룹이 '금융계의 삼성'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을지 궁금합니다. 당시 신한은행은 경쟁사와 비교해 탁월한 리스크관리 능력으로 경쟁사와 비교해 줄곧 낮은 대출 연체율을 유지하고 있었고, 크고 작은 금융권 사건사고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은행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신한금융이 갖고 있는 남다른 성장 스토리, 즉 '신한 웨이'가 그 배경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참고로 신한은행은 지난 2005년 자신들의 성장 과정과 기업 문화를 담은 책 <대한민국 은행을 바꾼 신한은행 방식(Shinhan Way) : 저자 정동일>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해당 책에는 신한은행이 국내 첫 민간 시중은행으로 출발해 '리딩뱅크'로 성장해온 성공 스토리와 함께 7가지 비결을 담고 있습니다. 기업문화에 대한 자신감만큼 직원들 역시 '신한맨'이라는 자부심도 대단했던 때였죠.     

7가지 성공 비결에는 ▲고객 중심 ▲강한 기업문화 ▲공정한 인사 ▲변용의 리더십 ▲한발 앞선 혁신 ▲윤리경영과 투명경영 ▲사회적 책임경영 등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해당 책에 나열된 7가지 법칙은 20여년 가까이 흐른 지금의 기업 성공법칙을 완벽히 관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신한의 성장 스토리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 회장은 CEO 인사말에 신한은행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1982년, 새로운 대한민국 금융을 향한 염원으로 신한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오직 고객을 기준으로 삼아 우리 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금융산업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2001년 국내 최초의 민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하며 금융업 발전에 힘을 더했습니다. 임직원 모두가 끊임 없이 도전하고 혁신한 결과, 글로벌 200여 채널과 15개 그룹사를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신한이 일궈온 꾸준한 성장에는 고객님과 우리 사회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습니다"

물론 역사적 오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10년 9월 이른바 '신한사태'로 알려진 경영진 내분 사태가 있었고, 신한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겨온 '신한 웨이'에도 생채기가 생겼습니다. 참고로 신한사태는 지루한 소송전 끝에 2023년 당사자 간 합의로 사실상 종결됐습니다. 사태의 종식에는 진옥동 회장과 정상혁 은행장을 비롯해 현 경영진들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전언입니다.

다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떤 기업이든 규모가 확대되는 과정에서의 성장통은 불가피합니다. 국내 첫 소규모 민간은행으로 출발해 국내 리딩뱅크로 급성장해온 신한은행으로서는 '신한사태'가 뼈아팠던 성장통이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금이야 순이익 중심의 '5대 금융(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경쟁구도가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간의 성장 과정만 놓고 보면 신한은행의 족적은 국내 은행권의 모범 사례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처럼 자생적으로 구축된 기업문화는 관치금융, 즉 정부의 부당한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어막이 되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사실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는 최근 수년간 시중은행들은 '레거시은행(전통은행)'으로 한데 묶이며 '혁신'에 다소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비용·고효율'로 무장한 카카오·케이·토스에 이어 제 4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도 예고돼 있습니다.  

25돌을 기념해 '신한 웨이'를 출간했던 신한은행이 8년 뒤 50돌에는 어떤 내용의 성장 스토리를 담아낼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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