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왼쪽),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전경.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 김상원 기자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왼쪽),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전경.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 김상원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선임이 마무리되는 수순입니다. 내부인사인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회장 후보로 선정돼 다음달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만 거치면 회장에 공식 취임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종 후보 선정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회장 선임에 대한 여론이 대내외적으로 시끄러운 모양새입니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의 '초호화 해외 출장'과 최정우 현 회장 개입 의혹 등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아직까지 봉합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들도 장 전사장 선임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또 포스코홀딩스 지분 6.7%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도 후추위의 선임 절차에 대해 문제를 삼은 바 있어 다음달 주주총회가 치러지기 전까지 장 전 사장이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특히 회장 선임 직후 장 전 사장이 모 매체와 나눈 인터뷰도 논란입니다. 그는 그룹의 핵심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배터리 소재를 도외시하는듯한 발언을 했는데요. 해당 발언들이 알려지자 투자자로 보이는 누리꾼들은 분개하는 것을 넘어 회장 선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13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장 전 사장을 포스코그룹의 회장 후보가 되는 사내이사 후보로 선정하고 다음달 정기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습니다. 정기주주총회는 다음달 21일입니다.

후추위는 장 후보가 글로벌 전략 구상과 함께 기술 중심의 혁신을 주도하고 그룹 내부의 조직문화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장 전 사장은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 학사와 석사, 미국 MIT 해양공학 박사를 취득하고 지난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입사한 이래 RIST 강구조연구소장, 포스코 신사업실장, 철강마케팅솔루션실장,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및 철강생산본부장 등을 역임한 철강, 신사업분야 전문가입니다. 지난 2018년 당시 사업형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했던 포스코의 철강부문장으로서 신사업과 마케팅, 해외 철강 네트워크 구축 등 그룹 사업 전반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적임자로서 포스코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임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라는 발언까지 등장합니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인 포스코 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장 전 사장의 회장 후보 추천을 거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여론이 이렇게까지 좋지 않은 데에는 장 전 사장이 잘못을 했다기 보다는 회장 후보자를 선정한 후추위 활동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현재 후추위 소속 위원들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개최한 해외 이사회에서 발생한 비용 6억8000만원 중 일부를 자회사가 나눠 부담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7명의 후추위 전원은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로 구성됐는데 일부 사외이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발장에 따르면 5박 7일의 캐나다 이사회 일정 중 회의는 단 하루만 열리고 나머지는 외유성 일정으로 채워졌습니다. 최고급 호텔에 묵으면서 한 병에 100만원이 넘는 와인을 마시는 등 초호화 출장을 다녀왔다는 논란입니다.

최종 심사 대상자 결정 과정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범대위는 최정우 현 포스코그룹 회장이 후추위에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임종백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사내 이사들과 유착한 후추위가 차기 회장을 뽑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공정한데 어제 최 회장이 후추위에 관여했다는 믿을만한 제보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은 신속히 (회의실 등) 내부 CCTV를 확보해 수사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추가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포스코 측은 범대위의 주장과 관련해 "최 회장이 후추위에 관여하거나 위원들을 따로 만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일축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사실 논란의 근본적인 시작은 후추위의 '깜깜이 심사'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파이널리스트 후보 6인 선정 전까지 후추위는 후보자 명단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또 이 후보들이 어떤 기준으로 누가 어떤 자격으로 평가가 진행됐는지도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또 최종 후보군 평가에 중대한 판단을 하는 자문단 구성원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누리꾼들이 "짬짜미 심사 이제 지겹다", "회장 심사하랬더니 초호화 출장이나 하고 있는데 하나만 봐도 기업 문화가 다 보인다. 장 전 시장에 대한 신뢰가 전혀 가지 않는다", "후추위 부적절한 행위만 봐도 내부 출신이 선임되면 안된다는 것을 반증한다" 등 반응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선임 직후에는 장 전 사장이 한 매체와 만나 나눈 이야기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그는 "포스코그룹의 본질은 철강업"이라며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에만 투자를 집중해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포스코그룹은 향후 3년간 전체 투자비의 46%를 배터리 소재 사업에 투입해 오는 2030년 관련 매출을 62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인터뷰 이후 철강 투자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투자 시점을 늦출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개인 주주 중에 철강업을 보고 투자한 사람이 누가 있느냐. 왜 회장 내정자라는 사람이 주주 대부분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회장 내정자가 주가의 걸림돌", "이차전지 소재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이야기 같다", "철강업이 몰락하는 상황 속에서 신사업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왜 과거로 회귀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등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회장 선임 과정에도 이어지던 불협화음들이 최종 후보자 선정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 전 사장은 무사히 포스코그룹 회장에 올라 새로운 미래를 이끌 수 있을까요?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뉴스w]

저작권자 © 뻔하지 않은 뻔뻔한 뉴스-뉴스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