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슨, 신세계그룹도 아닌데요. 그곳은 정용진 부회장님 때문에 (홍보실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내부적으로 일을 하다보면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이런 사고는 상황에 맞춰 대응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오너가가 사고를 치면, 그건 대응이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회사는 '참 좋은 회사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근 들은 모 기업 관계자의 말입니다. 설도 다가오면서 별일 없는지 안부차원으로 연락했는데 대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을 화두로 꺼내들어 깜짝 놀랐습니다.
홍보실 임원이 다른 그룹 홍보실 얘기를 꺼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홍보실은 경쟁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습니다. 그런데 묻지도 않은 질문을 꺼냈다는 것은 어떤 숨겨진 메시지가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무엇일까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84만명이 넘습니다. 게시물은 517건이며 지금도 하루가 멀다하고 새 게시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재벌 오너가가 일반인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일 것입니다. 재벌가의 사생활은 재벌이 아닌 일반인들에겐 궁금한 요소인 것은 틀림 없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볼 때 재벌가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재벌가는 악역으로 등장해 권선징악의 결말을 맞거나 때론 슈퍼맨처럼 영웅으로 등장해 악을 물리치는 극과극 캐릭터로 자주 등장합니다. 일반인들은 재벌가의 삶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시나리오일 것입니다. 분명한건 재벌가의 힘입니다.
과거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누구를 만나는지 등 일상생활은 늘 관심의 대상입니다. 그들의 말 한마디로 적잖은 자본이 오가곤 합니다.
그렇다면 정 부회장은 어떨까요. 긍정보다는 부정적 요소가 많다는 게 다수의 의견입니다. 통상 기업은 대중의 선택에 의해 매출이 발생됩니다. 특히 B2C인 유통기업은 소비자 반응에 더욱 기민하게 움직이죠. 때문에 유통기업 홍보실은 기업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적잖은 돈을 투입합니다.
그런데 정 부회장의 생각은 다른가 봅니다. 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ㅁ ㅕ ㄹ 규 ㄴ 바 ㅏ ㄱ ㅡ ㅁ ㅕ ㄹ'이라는 초성이 큼지막하게 대문에 걸려 있습니다.
이를 뒤집어 보면 멸공박멸이란 단어가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재미나 흥미를 유발하거나 복선을 깔았다기 보단 한글파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해 보입니다.
무서운 것은 멸공박멸에 담긴 뜻입니다. 상황에 따라 민주당인 야당을 겨냥한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1년 멸공이란 헤시테그와 함께 "공산당이 싫어요" "난 콩이 싫어요" 등의 게시물을 올렸다가 인스타그램 운영진으로부터 삭제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됐고 불매운동까지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신세계 주가도 고꾸라졌습니다.
그런데 다시 요상한 방법으로 멸공박멸을 꺼내든 배경은 무엇일까요. 일각에선 올해 4월 치러지는 총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물론 이는 소수의 해석에 불과합니다. 말 그대로 의혹일 뿐이죠.
하지만 신세계 입장에선 가볍게 넘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경영진이 정치색을 드러낸 것 만으로도 여당과 야당의 편가르기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테니 말이죠. 특히 정 부회장이 게시물에 종종 올리는 사자성어를 보면 댓글에선 좌파, 우파 싸움이 치열합니다.
최근엔 주제가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게시물에 의자 사진을 올리고 '기자 친구들 얼마인지 맞춰봐' 등 기자를 조롱하는 글도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언론사가 실제 가격을 올리면 해당 기사를 다시 게시물에 올려 "취재 비스무레(비스무리)한 것도 했다. 다들 본 받자' 등의 글을 올려 2차 조롱거리로 만들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봅니다. 모그룹 홍보실은 왜 신세계 홍보실을 화두로 꺼냈을까요. 아마도 이를 기사화해 정 부회장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또 정 부회장님은 알고 있을까요? SNS에서 한창 기자를 조롱하고 있는데 정작 조롱당하고 있는 대상은 신세계그룹 홍보실이라는 점을 말이죠.
이와 관련해 신세계 측에 해당 내용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해봤습니다. 역시 돌아온 답변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
"멘트 없습니다" [뉴스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