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제공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감소하며 부진한 가운데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의 약진이 눈에 띈다.

LG화학 내부에서 신약 개발과 바이오 사업을 담당하는 생명과학본부가 매출 1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4년째 5개사 체제를 유지했던 국내 제약사 '1조클럽'에 당당히 입성했기 때문이다.

31일 LG화학은 매출 55조2498억원, 영업이익 2조5292억원의 지난해 연간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1% 감소했다.

차동석 LG화학 CFO는 "글로벌 수요 둔화로 석유화학 산업의 시황 악화가 지속됐고 전기차 수요에 대한 시장 우려와 함께 메탈 가격이 급락했다"며 "이처럼 매출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극심했던 한해였다"고 지난해 경영 환경을 요약해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33조7000억원, 석유화학부문이 17조8000억원, 첨단소재부문이 7조4000억원, 팜한농이 8000억원을 달성했다.

이 중 생명과학본부는 1조2000억원의 매출을 보여 지난 2021년 8000억원, 2022년 9000억원에서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 연 매출이 1조원 이상인 곳은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5곳밖에 없다.

생명과학본부의 약진에는 당뇨약 제품 '제미글로'의 판매 호조가 주효했다.

LG화학은 지난 2012년 DPP-4억제제, SGLT-2억제제 성분의 국내 최초 당뇨신약 제미글로 출시 이후 이를 기반으로 한 복합제 '제미메트', '제미로우' 등을 출시하며 제품군을 확대해 왔다. 이 제미글로 제품군들은 지난 2022년 13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DPP-4 억제제 시장에서 22%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4월 다파글로플로진 성분을 제미글로에 합친 신규 당뇨 복합제 '제미다파'가 출시돼 제품군이 확대됐다. 제미글로 제품군들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700억원 이상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인수가 완료된 아베오도 실적을 견인했다. LG화학의 아베오 인수는 국내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제약사를 품은 최초 사례다.

아베오는 지난 2021년 미국 FDA에서 신장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포티브다’를 허가받아 판매 중이다. 지난 2022년 매출은 13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매출 추정치는 2100억원이다. 현재 두경부암 치료제 등 후속 파이프라인도 개발 중이기 때문에 LG화학이 중장기적으로 바라보는 항암신약 상업화 추진에 핵심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 연구원의 시험 모습.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 생명과학본부 연구원의 시험 모습. 사진=LG화학 제공

아직까지 생명과학본부의 매출은 전체에서 약 2%에 불과하지만 회사 포트폴리오 전환의 주축으로서 투자와 성장은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ABC' 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정조준한다고 밝힌 바 있다. ABC는 AI와 바이오, 클린테크를 뜻한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바이오 사업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지난해 연말 이뤄진 인사에서도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 고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에 발탁된 부회장들이 용퇴하고 구광모 회장이 직접 선임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유임하게 되면서 경쟁력 강화에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5월 해외 기관 투자자 설명회에서 LG화학을 오는 2030년까지 FDA 승인 신약 5개를 보유한 글로벌 혁신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항암과 대사질환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 후속 신약을 지속적으로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순수화학 산업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어 포트폴리오 전환이 빨랐던 LG화학의 전략이 더 유의미했다"며 "화학업종에서 단기적으로 추세가 반전될 상황은 관측되지 않기 때문에 긴 호흡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는 LG화학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w]

 

저작권자 © 뻔하지 않은 뻔뻔한 뉴스-뉴스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