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시공하는 일산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모습. 정지작업이 대부분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상원 기자 
GS건설이 시공하는 일산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모습. 정지작업이 대부분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상원 기자 

"내 아이들은 내가 지킨다", "이 곳을 지나는 당신은 10년 뒤 암에 걸릴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덕이동에 위치한 대단지 아파트에 줄지어 걸린 현수막의 일부다. 원전 방사능이라도 유출된 것마냥 지나는 행인마저 아찔하게 만드는 글귀의 정체는 사실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현수막이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매 주말 GS건설과 고양시를 성토하는 내용의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GS건설이 건립을 추진 중이고, 경기 고양시가 건립 허가를 내준 덕이동 데이터센터는 착공 시작부터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해당 데이터센터 부지는 무려 2600여세대의 대단지 아파트(큰마을현대아파트)와 불과 40미터 떨어진 곳으로, 300~400미터(하이파크시티·쌍용아파트) 인근에도 두세개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주거밀집 지역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내세우고 있는 반대 명분은 크게 '건강권(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과 '재산권(법률로 보장받는 모든 재산 가치가 있는 구체적 권리)'으로 요약된다. 

주민들로서는 특고압선이 매립되고 대규모의 전기 사용으로 전자파 및 열섬 야기 '가능성'만으로도 건강권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여기에 일반인들에게는 '데이터센터=혐오시설'로 인식되다 보니 재산권(아파트 시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다. 실제 해당 아파트와 연계된 부동산중개업소에는 거래 실종과 함께 데이터센터 건립 여부와 관련된 문의만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불보듯 뻔한 논란에도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은 운영 효율성이 핵심 배경이 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입주 기업들의 업무 편의성과 함께 데이터센터를 관리해야할 전문 인력 수급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데이터센터 갈등을 둘러싼 갈등이 다소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데이터센터가 혐오시설이라는 인식도 일반인들의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관련 전문가들은 인근 주민들이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는 전자파·열섬 현상의 경우 실증적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내부의 대용량 랙 케이스가 서버와 스토리지 등의 전자파 발생을 억제해주는 데다, 각 전산실 역시 창문이 없는 이중벽으로 설계돼 전자파가 외부로 새어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해당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데이터센터로 인해 발생할지 모를 중장기 악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린 것도, 주민들의 집단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님비(Not In My Backyard : NIMBY)' 현상으로 볼 수만은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양시 뿐 아니라 효성그룹과 NHN,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데이터센터 건립이 무산되기도 했다. 

사진=주민 제공
사진=주민 제공

사실 주민들의 '분노 유발' 지점은 따로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말 착공 이후 한참이 지난 1월 9일에서야 데이터센터 건립 건을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구 시·도의원은 물론 해당 지역 국회의원인 이용우 의원조차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한 채 고양시가 '깜깜이' 허가를 내줬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고양시의 경우 설립 허가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공유하면서도 제대로 된 주민설명회도 예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GS건설과 고양시 측은 인허가 과정에는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해 왔다. 고양시와 GS건설은 뒤늦은 주민설명회 개최를 예고한 상태지만, '밀실행정', '짬짜미 허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해당 사업은 이미 좌초 위기에 빠진 형국이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급을 위한 고압선 송전선로 지중화공사에 파주시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 파주시는 '주민 반발'과 함께 고양시 일대의 다양한 개발 사업 지원 등을 이유로 GS건설의 도로굴착허가서를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GS건설은 행정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앞서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비수도권 친환경 데이터센터 분산 지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전력계통이 포화한 수도권 지역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동시에 데이터센터의 지역 분산을 유도하는 정책 지원에도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한국전력 등의 공급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물며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어긋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도 모르게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해온 GS건설과 고양시의 행보에 그 어떤 소소한 의미라도 부여할 수 있을지 그저 난감할 노릇이다. [뉴스w]

저작권자 © 뉴스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