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캡처, 엔씨소프트 제공
사진=네이버 캡처,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20만원 아래로 고꾸라졌다. 3년전 ‘황제주’로 불리며 100만원을 웃돌던 가격이 20만원 이하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증권사들도 줄줄이 목표가를 하향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대표 지적재산권(IP) ‘리니지’가 20년간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한계에 봉착했고 새로운 대작 IP로 주목받던 ‘쓰론 앤 리버티(TL)’도 흥행에 실패하며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반응이 업계 내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뤄진 최고사업책임자(CBO) 3인 체제 중심의 조직개편도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조직개편이 분위기 반전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0% 하락했다. 지난 22일에는 18만8800원을 기록하며 장중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18일 기록한 52주 신저가 18만9900원을 4일 사이에 경신한 것이다. 24일 오전 9시 기준으로도 19만800원을 기록해 여전히 20만원 아래에서 밑돌고 있다.

증권사들도 잇따라 보고서를 내며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엔씨소프트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KB증권은 투자의견 ‘보유’를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21만원으로 하향했다. 키움증권도 목표주가를 34만원에서 24만원으로 하향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신작의 흥행 실패와 기존 게임의 매출 감소 지속이다. 올해 출시될 ‘프로젝트G’, ‘배틀크러쉬’, ‘프로젝트BSS’ 등 모바일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상황에서 실적을 견인했어야 할 TL이 국내 시장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TL은 사전 캐릭터 생성은 20만개로 시작해 기대감을 모았으나 출시 초기 동시 접속자 수는 약 6만여명 수준에 그쳤다. 21개 서버가 10개 서버로 통합되기도 했다. 부진한 수치에 올해 아마존게임즈를 통한 글로벌 출시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예측한 TL의 지난해 12월 8일부터 31일까지의 매출은 90억원이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 W’ 3종 게임의 매출도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3종 게임을 합산한 매출은 1분기 3310억원, 2분기 2970억원, 3분기 2740억원이다. 곧 발표될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도 악화되고 있다. 최근 증권가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19억원에서 81억원으로 기존 실적 추정치를 크게 하회한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는 ‘페이 투 윈(P2W)’ 과금에 집중하는 비즈니스모델(BM)을 가져가고 있으나 현재 게임 시장은 고퀼리티 콘솔 게임으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다”며 “엔씨소프트 게임의 주요 고객군들은 젊은 세대에 포진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는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보여주기 위해선 현재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구조적인 개편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왼쪽부터)박병무 엔씨소프트 신임 공동대표, 김택헌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왼쪽부터)박병무 엔씨소프트 신임 공동대표, 김택헌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는 이달 초 김택진 대표의 동생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로서 게임 사업 전반을 이끌던 방식에서 벗어나 각 게임의 자율성을 키워주기 위한 CBO 중심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김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사장도 CSO에서 물러났다. 창사 이후 최초로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해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다만 엔씨소프트 내부의 대대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전에는 시장의 부정적인 전망을 전환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장르와 스타일의 게임으로 기존 리니지 유저층이 아닌 새로운 고객들을 공략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적응을 잘하고 있지 못하다”며 “기술력 자체에 문제는 없지만 이용자들이 원하는 바와 회사가 추구하는 개발의 방향성에 괴리감이 존재해 전반적인 개발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즉 새롭게 변한 게임 시장의 트렌드에 맞춘 성공작을 엔씨소프트가 내놓기 전에는 암울한 전망만이 쏟아지는 현재 분위기를 바꿀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은 “TL을 출시하며 기존 확률형 아이템 기반 BM에서 새롭게 ‘배틀패스’를 도입해 과금 유도를 완화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정부의 압박까지 가해지면서 실적 개선을 위해 다시 과거 BM으로 회귀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내부적인 조직개편이 대대적으로 단행됐다 하더라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정답을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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