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시공하는 일산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모습. 정지작업이 대부분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상원 기자 
GS건설이 시공하는 일산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모습. 정지작업이 대부분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상원 기자 

GS건설이 주민 설명회 없이 대단지 아파트 중심가에 대형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로 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집단 반발을 하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GS건설은 물론 허가를 내준 고양시청까지 건립 무산을 위한 항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논란의 데이터센터는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의 약 2600세대의 대단지 아파트 코앞에 들어설 예정인데 허가를 받고 부지작업 마무리에 들어설 때까지 인근 주민들은 전혀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다. 특히 현장 곳곳에 주민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건설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공분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고양시와 GS건설 간 '짬짜미 허가' 아니냐는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대대적 투쟁을 예고하자 고양시와 GS건설은 부랴부랴 주민 설명회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해 11월경 자회사 마그나피에프브이(PFV)와 건축공사 가계약을 체결하고 일산 덕이동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준공 후 마그나PFV가 자산을 취득하고 임대 운영을 거쳐 매각하는 구조다.

공사 가계약 금액은 1500억원이고 PF 대출을 통해 사업비를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중 착공이 진행돼 내년 하반기 준공이 완료될 예정이다. 대지면적 1만1942㎡ 부지에 건축 연면적 1만6945㎡,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다.

마그나PFV는 GS건설이 데이터센터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지분을 확보한 법인이다. GS건설 지분은 51.39%에 달한다. GS건설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공동기업을 통해 주도적으로 관련 사업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산 서구 덕이동에 위치한 '탄현 큰마을아파트' 단지에서 바라본 건설 현장. 단지 산책로에서 경의중앙선 선로를 넘으면 바로 현장이 드러나지만 어디에도 공사 안내 설명문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김상원 기자
일산 서구 덕이동에 위치한 '탄현 큰마을아파트' 단지에서 바라본 건설 현장. 단지 산책로에서 경의중앙선 선로를 넘으면 바로 현장이 드러나지만 어디에도 공사 안내 설명문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김상원 기자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약 2600세대의 탄현 큰마을아파트와 40m, 4900세대의 덕이 하이파크시티와 320m, 200세대 규모의 탄현 쌍용아파트와 400m가량 떨어진 주거 밀집지역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고양시는 지난 2022년 12월 건축허가를 접수하고 지난해 3월 20일 허가를 내줬다. 현장은 정지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됐고 곧 착공을 앞두고 있지만 이 기간 동안 인근 주민에게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경의중앙선 탄현역에서 큰마을아파트 출입구로 진입하는 길목에 위치하는 실제 공사 현장에서도 가벽 등에 일반적으로 배치되는 공사 개요나 데이터센터 조감도 등이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

한 인근 주민은 “지하철을 이용할 때 오다가다 보긴 했지만 어떤 건물이 지어지는 바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을 진행한 5명의 주민 중 4명이 해당 공사 현장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고 단 1명이 “단지 엘리베이터에 붙은 대자보를 보고 알게 됐다”며 “그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탄현 큰마을아파트' 단지 내부에 붙여진 대자보. 사진=제보자 제공
'탄현 큰마을아파트' 단지 내부에 붙여진 대자보. 사진=제보자 제공

데이터센터는 고용창출 효과와 인근 기업 유치에 유리하다는 점 등 장점도 있지만 전력수급 과부하, 전자파 유해 등 우려도 수반돼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혐오 시설로도 꼽힌다. 주민들은 본격적인 착공을 앞두었는데도 고양시 등 당국의 설명 없이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분개하는 모양새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소장은 “단지 코앞에 시설이 들어서는데 고양시나 GS건설이 거주민들에게 공사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뿐더러 전선 지중화 등 주민들의 피해 우려에 대한 대응책 등 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인 요소일 수밖에 없어 주민들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처럼 보이는데, 은밀하게 진행된 공사 절차 때문에 일부에서는 고양시에 대한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데이터센터가 안전하다는 틀에 박힌 설명보다는 왜 공사 절차가 이런 식으로 진행됐는지 소상히 해명하는 자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탄현 큰마을아파트 주민들은 회의 끝에 비대위를 조성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건설 반대 현수막 설치, 탄원서와 민원 제기, 고양시청 등에 대한 항의 전화를 넘어 필요시 집단행동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의 공사 현장 방문 모습. 사진=이용우 의원 블로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의 공사 현장 방문 모습. 사진=이용우 의원 블로그

지역구 국회의원도 직격에 나섰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고양시 정)은 지난 15일 공사 현장을 직접 찾아 고양시가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축허가를 직권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데이터센터는 고용창출 효과가 미미하고 주민의 생명권, 재산권, 일조권, 전망권을 저해하는 혐오 시설이다”며 “그런데도 고양시는 주민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데이터센터 건립을 허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양시의 내부보고서에 ‘데이터센터 전자파 유해 우려에 따른 주민 민원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언급된 점, 건립 현장에 공사를 안내하면서 공사명과 기간, 발주처 등을 최근까지도 명시하고 있지 않은 점, 주민설명회조차 갖지 않았다는 점을 미뤄 짐작했을 때 고양시가 주민들 몰래 밀실행정으로 공사를 강행하려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금 당장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축 허가를 직권 취소하고 해당 담당자를 감사해야 한다”며 “밀실행정과 불통행정을 그만두고 주민과 적극 소통하라”고 촉구했다.

의원실 차원에서의 고양시 압박도 앞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우 의원실 관계자는 “건설 허가 등 권한이 있는 고양시는 이미 신천지 시설과 관련해 허가를 내준 후 직권취소를 진행한 바 있다”며 “이번 경우에도 직권취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주민들에게 그동안의 과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논의를 고양시가 선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 의원이 직접 나서 이 시장과의 면담을 진행하거나 시의회를 통한 논의를 확장시킬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탄현 큰마을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상원 기자
'탄현 큰마을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상원 기자

다만 GS건설과 고양시는 데이터센터 건립과 관련해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민간 업체가 민간이 소유한 부지에서 짓는 사업의 경우 인근 주민들에게 공청회 등 설명하는 자리를 가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해당 부지는 주거용이 아니며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되는 데이터센터가 건설될 수 있게 허용된 토지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고양시와 GS건설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준비 중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센터 건립과 관련한 주민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전자파나 소음 등 기존에 지어진 데이터센터들에 관한 사례를 취합한 뒤 시공사와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주민 설명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GS건설 관계자도 "주민설명회를 준비하는 중"이라며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 인근 주민들 대상으로 충분히 설명해 불편을 드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탄현 큰마을아파트 비대위는 오는 19일 2차 회의를 진행하고 추가적인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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