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들이 유동자금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계대출은 금리 상승의 부담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45조4000억원으로 전월말 대비 36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정기예금 상승이 가팔랐다. 이 기간 정기예금은 32조5000억원 급증하면서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 기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반면 수시입출식예금에서는 3조3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 자금은 정기예금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9월 한달간 12조4000억원 쪼그라들었다.
분기 말 국고 여유자금 유출 등의 영향으로 머니마켓펀드(MMF)가 10조9000억원 급감했고 채권형펀드도 3조1000억원 줄었다. 기타펀드에는 4조9000억원이 유입됐다.
수신이 아닌 여신(대출) 상황을 보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9조5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2000억원 줄었다. 9월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역대 처음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작년 12월 이후 줄곧 감소하다가 지난 4월(1조2000억원), 5월(4000억원), 6월(2000억원) 연속 증가한 뒤 7월(-3000억원), 8월(3000억원), 9월(-1조2000억원)까지 3개월째 늘고 줄기를 반복하고 있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93조5억원)이 한 달 사이 9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6000억원은 전세자금 대출이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264조7000억원)의 경우 2조1000억원 또 줄었다. 9월 기준으로 가장 큰 감소 폭이고,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째 내리막이다.
하지만 예금은행의 기업 대출은 9개월째 늘었다.
기업의 은행 원화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155조5000억원으로 한 달 새 9조4000억원 불었다. 증가 폭은 9월 기준으로 2009년 6월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컸다.
중소기업 대출이 개인사업자 대출 1조8000억원을 포함해 4조7000억원 늘었고, 대기업 대출도 4조7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 증가액도 9월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