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부회장 제도를 사실상 폐지했다. 금융 전문성 제고 및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했다는 설명이지만, 금융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전날 부회장직 폐지를 포함한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부회장직 폐지다. 하나금융 측은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그간 초석을 다졌던 부회장 직제를 마무리하고 부문 임원 체제를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이 부회장직을 온전히 폐지키로 한 것은 15년 만으로,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2008년 국내 금융사 처음으로 부문장 중심의 메트릭스 체제를 도입하면서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부회장 직제의 경우 부회장 간 경쟁구도를 통해 CEO 승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사례처럼 그룹 1, 2인자간 갈등에서 비롯된 내분 사태가 없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재 KB금융도 승계 구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부회장 직제를 운영 중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그룹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되는 폐쇄적 승계절차와 이로 인한 권한 집중을 우려하는 부정적 시각도 끊이지 않았다. 김승유 전 회장과 김정태 전 회장이 10년 가까이 회장직을 유지했던 것도 '마땅한 후계자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같은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부회장 직제가 내부 인사의 '자리 나눠먹기'로 악용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부회장 직제 기반의 승계구도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외부 인사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지난 12일 발표한 '금융지주 지배구조 모범관행'은 부회장직 폐지에 쐐기를 박은 셈이 됐다.
해당 모범관행은 승계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CEO 인선 과정에서 지켜야 할 세부 내용을 30개 항목으로 열거해 놨다. 표면적으로는 '자율 개선'을 내세웠지만 지배구조 검사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사실상 강제 규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각 금융지주에 운영하는 지배구조 및 승계 관행의 경우 여러 시행착오 끝에 마련됐다"며 "각 금융사별 환경과 특성을 무시한 모범안이 과연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하나금융은 부회장직 폐지와 함께 '그룹ESG부문' 산하에 '상생금융지원 전담팀'을 신설키로 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청년 등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목적이지만 이 역시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하나금융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룹 관계사 간 협력을 위해 '그룹손님가치부문'을 신설하고, 산하에 기존 사업부문(개인금융·자산관리·CIB)을 본부로 편입했다.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의 성과 창출을 위해 기존 '그룹디지털부문' 산하의 '데이터본부' 조직을 'AI데이터본부'로 확대 개편했으며, 대내외 인지도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기존 'IR팀'을 'IR본부'로 격상했다. [뉴스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