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단지 입구 게이트. 사진=김상원 기자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단지 입구 게이트. 사진=김상원 기자

청약 경쟁률 0.49대 1, 전 타입 미달, 인근 아파트보다 약 2억원 비싼 분양가.

‘프리미엄 리조트특별시’를 내세우며 약 2만1000세대의 고급 대단지로 꾸며진 로열파크씨티 첫 시범단지 인천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왕로푸)'.

배우 이병헌을 모델로 발탁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지만 결과는 흥행 참패.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분양가 논란이 맞물려 1순위 청약 경쟁률 전 타입에서 미달이라는 쓴 약을 먹게 됐다.

<뉴스w>는 지난 13일 이번 청약 경쟁률 미달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인천 왕로푸 견본주택 현장을 찾아갔다.  

결론만 놓고 보면 왕로푸가 '최고급 아파트'라는 점에선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러나 인근 공인중개사 등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유는 역시 동일했다. 높은 분양가.

◆5성급 호텔 재연ㆍ고급진 외부 조경 … 하지만 계약사무실은 '썰렁' 

견본주택 현장을 보며 향후 진행될 무순위 분양과 입주 전망은 어둡게 느껴졌지만 이들이 내세우는 ‘프리미엄 라이프’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었다.

인근보다 분양가가 비싸더라도 서울 강남 부럽지 않은 기반시설을 조성해 명실상부한 ‘최고급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설명인데, 직접 단지를 둘러보니 그 포부가 공수표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견본주택 전경. 사진=김상원 기자

1순위, 2순위 청약이 마감되고 당첨자의 서류 제출 일정이 한창인 13일, 왕로푸 견본주택은 한산한 분위기 속 이따금씩 방문객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었다.

고급 단지를 내세우는 만큼 견본주택은 거대한 규모로 지어져 웅장함도 느낄 수 있었다. 견본주택 입구에는 어느정도 조성이 완료된 조경시설물도 엿볼 수 있었다.

견본주택 내부 단지 모형. 사진=김상원 기자

견본주택 입구로 들어가면 왕로푸 뿐만 아니라 인천지하철 2호선 왕길역부터 공항철도 검암역 인근까지 넓게 조성되는 로열파크시티 대부분을 구현한 단지 모형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뒤에는 분양 상담소가 배치돼 있었는데, 청약 일정이 지나서 그런지 상담을 진행하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크기는 59㎡A, 59㎡B, 74㎡A, 74㎡B, 84㎡A, 84㎡B, 84㎡C, 99㎡의 타입이 준비됐는데, 모든 타입의 유닛을 견본주택에서 구현했다.

분양 관계자는 “프리미엄 단지를 추구하는 만큼, 잠재 수요자들이 계약을 진행할 시 ‘몇몇 타입은 실제로 보지 못하고 계약을 하게 돼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지 않게끔 모든 타입의 유닛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59㎡A 유닛 내부. 사진=김상원 기자

인상적인 점은 다른 단지에서는 유상 옵션으로 제공하는 품목들 대부분이 기본 제공된다는 점이었다. 모든 세대는 4베이 판상형으로 설계되며 59㎡부터 99㎡까지 모든 타입의 천장이 개방감을 높일 수 있는 우물형 천장으로 제작된다.

이밖에도 주방 엔지니어드 스톤과 슬라이딩 도어, 모든 방의 유리난간, 붙박이 장, 마루바닥, 와인셀러, 시스템 에어컨, 거실 아트월, 조명 특화 등이 모두 기본 옵션으로 제공돼 눈길을 끌었다.

84㎡ 유닛 내부 주방 특화 공간. 사진=김상원 기자
84㎡ 내부 드레스룸 특화 공간. 사진=김상원 기자

84㎡의 경우 A, B, C 타입 모두 4베이 판상형 구조에서 각각 특화 공간을 조성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주방 특화의 경우 거실을 기준으로 ‘ㄱ(기역)자’ 공간에 주방을 넓게 구성하고 대규모 파티를 즐길 수 있는 큰 식탁을 주방 앞에 설치해 놓은 모양새였다.

드레스룸 특화는 안방 옆의 별도 드레스룸이 다른 타입보다 눈에 띄게 넓었다. 주방 옆에 별도의 알파룸을 구성한 특화 설계도 편리해 보였다. 공간 특화의 경우에도 별도의 비용 없이 기본 제공된다고 한다. 각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어 좋았다.

99㎡ 유닛 내부 안방 전경. 사진=김상원 기자

99㎡의 경우 각 타입의 장점을 모두 합해 설계된 것처럼 보였다. 주방부터 거실까지의 우물천장을 하나로 결합해 개방감을 더 높였고, 드레스룸과 주방 옆 알파룸 등 모든 공간이 넉넉하게 구성됐다.

특히 안방의 경우 5성급 호텔의 침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다. DK아시아가 추구하고 있는 ‘프리미엄 리조트형 단지’가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외부 조경 시설물. 사진=김상원 기자

외부 조경시설도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지 외부시설 조성은 삼성물산 리조트 부분이, 토목은 대우건설이 맡게 되는데 기존 아파트 단지보다는 디테일을 하나하나 신경 쓰며 최대한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게끔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브랜드 아파트 대단지들이 조경특화를 내세우지만, 그중에서도 남다르다는 인상이다.

유럽식 대리석 분수,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한 조형물, 대형 전나무를 식재한 숲 등 어르신들부터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을 각각 만들었다.

가로등과 공원 내부의 조명들도 모두 단지의 컨셉에 맞게끔 하나의 장식, 조형물처럼 설치 돼 있었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내부 조경시설 모형. 사진=김상원 기자

단지 건폐율이 약 12%로 낮은 편인데 넓은 동 사이 간격에 이런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들을 각각 설치해 시공이 완료된다면 테마파크에 온듯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커뮤니티 시설도 남달랐다. 아난티 리조트를 모티브로 한 실내 수영장, 30m 길이의 복층형 인도어 골프연습장, 프라이빗 영화 상영관, 풀무원과 협업한 ‘3식 라운지’, 탁구장과 당구장 등 굳이 단지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대부분의 여가시설을 즐길 수 있어 보였다.

이외에도 주말에는 인근 아라뱃길을 이용한 요트 투어를 진행하며 전문 경호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보안 시스템, 인근 지하철역까지의 셔틀버스 등이 입주자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공사 현장. 인도어 골프연습장 건설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공사 현장. 인도어 골프연습장 건설 모습. 사진=김상원 기자

단지를 한바퀴 둘러보니 로열파크시티가 추구하는 ‘고급스러움’에는 충분히 납득이 갔다.

다만 문제는 앞으로의 분양이다. 많은 옵션들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입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다양하지만 아직까지는 해당 단지가 ‘너무 비싸다’는 인식은 팽배해 보였다.

최고가 기준으로 보면 전용 59㎡는 5억3380만원에서 5억4050만원, 전용 74㎡는 6억6080만원에서 6억6700만원, 전용 84㎡는 7억3370만원에서 7억3700만원, 전용 99㎡는 8억7800만원이다.

인근에 지어진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 분양 당시 전용 59㎡는 4억2990만원에서 4억3260만원, 전용84㎡가 5억2060만원에서 5억5340만원의 분양가가 책정됐던 점을 감안하면 전용 59㎡는 1억원, 전용 84㎡는 2억원가량 높은 셈이다. 청약 당첨자에겐 중도금 대출 무이자 혜택도 제공했지만 수요자들은 냉담했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조경 공간 내 휴식 장소. 사진=김상원 기자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조경 공간 내 휴식 장소. 사진=김상원 기자

현재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미분양까지 난 상황이기 때문에 계약률은 더 저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장은 “청약이 미달되면서 당첨자들도 당황하는 상황이다”며 “실제로 ‘청약에 당첨됐는데 입주를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다’는 상담을 꽤 듣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사무소장은 “최근 인근에서 7억원에 아파트가 매매된 사례가 있어 입주 시기까지는 기다려야 제대로된 분위기를 알 수 있다”면서도 “첫 시범단지에 고분양가 논란까지 있으니 많은 수요자들이 현재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견본주택 내부 한산한 분양 상담 부스 모습. 김상원 기자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견본주택 내부 한산한 분양 상담 부스 모습. 김상원 기자

왕로푸는 내년 9월에 입주 예정인 후분양 단지다. DK아시아 측은 입주 시기에 맞춰 조경 시설과 상업 시설 등 인프라까지 모두 조성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정당 계약일은 오는 26일부터 28일인데, 이후 무순위 분양을 통해 잔여 세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DK아시아 관계자는 "무순위 분양자들을 위한 할인이나 혜택은 별도로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미분양이 장기화할 경우 분양가를 낮추거나 고가의 경품 제공 등 우회 방법으로 할인 혜택이 제공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미분양이 장기화하면 가격을 낮추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다.  

2만1000세대의 첫 시작인 왕로푸가 최악의 상황인 준공 후 미분양을 피해 완판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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